업무방해 혐의…금품수수·학부모 연루 여부는 못 밝혀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의 입시비리 의혹을 추적해 온 경찰이 대한야구협회 간부와 야구부 감독 등의 비리 연루 의혹을 사실로 판단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 대한야구협회 사무국장 A(47)씨, 서울 모 대학 야구부 감독 김모(44)씨, 고교 야구부 감독 2명 등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에 모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작년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 야구 특기자 전형에서 대한야구협회 공인 경기실적 증명서를 부정 발급받도록해 자격 미달인 고교 야구선수 2명을 해당 대학에 최종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야구협회 규정상 투수는 전국대회에서 1이닝 이상 출전해 공을 던진 기록이 있어야 증명서가 발급된다.

그러나 합격한 선수 2명은 각각 ⅔이닝과 0이닝을 투구했음에도 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합격한 전형에서 떨어진 다른 선수의 학부형이 입시비리를 의심하고 고발장을 제출해 수사가 시작됐다.

대학 감독 김씨는 고교 감독들에게 "실적 증명서가 있어야 입학시켜 줄 수 있으니 어떻게든 받아 오라"고 종용했다.

고교 감독들은 코치에게 "협회에 가서 증명서를 구해 오라"고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국장 A씨는 직원들의 반대에도 증명서 발급을 지시했다.

그는 경찰에서 "학부모들이 사정하는데 발급 안 해줄 수 있겠느냐"고 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 4명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입을 다물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해당 선수들의 입시 과정에서 관련자들 사이에 금품이 오갔거나 학부모가 연루됐을 개연성도 염두에 뒀으나 사실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 추적으로 금품이 오간 물증이 확보돼야 범행 전후 사정을 자세히 밝혔을 텐데, 관련자들의 계좌에서는 범죄 정황이 드러나지 않아 우선 고발장에 적시된 업무방해죄만 적용해 입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른 명문대 야구부 입시 비리 사건에는 승부조작 사실까지 있다고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밖에 경찰은 2013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으로 재직한 김모(72)씨가 협회 공금 1천만원을 횡령했다고 결론짓고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h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