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측 "대여금은 김정주 회장 개인 돈 아냐"

넥슨이 4일 진경준 검사장에게 주식매입금을 빌려줬다고 밝힘에 따라 진 검사장이 '주식 대박'의 밑천을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관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진 검사장의 친구인 김정주 넥슨 창업주(현 지주회사 NXC 회장)가 이 과정에서 얼마나 관여했는지가 불분명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005년 당시 넥슨 전 미국법인장인 이 모 씨가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전량 외부 투자사에 팔겠다고 하자 넥슨은 급히 '회사 가치를 공유하는 장기투자자'를 물색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당시 찾아낸 장기투자자는 진 검사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 박성준 전 NXC 감사 등 3명이었다.

이들은 당시 현직 검사·대기업 변호사·컨설팅 업체 관계자로 직업적으로 게임 산업과는 무관한 인사였고 김정주 회장과 서울대 동문이자 지인 관계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넥슨은 주식 매도자인 이씨가 '수일 내에 매각대금을 입금하라'고 요청하자 진 검사장 등 3명에게 각각 4억2천500만원을 빌려줬다.

회사 지분이 장기 투자자가 아닌 외부 투자사에 넘어가면 경영 간섭 압박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불가피하게 긴급 자금대여에 나섰다는 게 넥슨의 주장이다.

넥슨 관계자는 "대여 시기는 2005년 주식 매입 직전이었고 투자자 3명은 같은 해 내에 모두 대여금을 갚았다.

상환 시기는 사람마다 달랐고 11년 전 일이라 정확한 상환 날짜는 당장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은 '개인 보유 자금과 장모의 돈으로 주식을 샀다'는 진 검사장의 기존 해명과 전혀 다른 대목이다.

넥슨 관계자는 이어 "해당 자금은 김정주 회장의 개인 돈이 전혀 아니었고 회사 자금이었다.

투자자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상환이 가능하다고 해서 단기 대여금 형태로 집행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넥슨 측은 그러나 이 자금대여가 김정주 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일단 말을 아꼈다.

2005년 당시 넥슨은 김정주 회장과 아내 유정현 씨가 전체 지분의 약 69.6%를 보유한 '1인 지배체제'의 비상장사였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이 자금대여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했을 개연성이 작지 않다는 추측이 여전히 많다.

김 회장이 자금대여를 직접 지시했다면 친구인 현직 검사가 자사 주식을 취득할 때 자금대여 '혜택'까지 준 셈이라 도덕적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진 검사장이 주식을 매입하던 시기의 넥슨은 게임 '카트라이더' 등의 인기몰이로 2005년 한해에만 825억원 순이익을 내던 유망 기업이었다.

회사 몸값이 치솟으면서 당시 넥슨 지분은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도 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품'이었다고 증시 관계자들은 전했다.

직원들에게도 자사주를 많이 나눠주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이던 김 회장의 지분 관리 방침 때문에 유통이 될만한 주식이 더 없었다고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김예나 기자 tae@yna.co.kr,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