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소재로 미술계 주목받은 조 씨 "화투로 쫄딱 망해"

'화투' 그림으로 일약 화가의 반열에 오른 가수 조영남이 대작 그림 의혹으로 3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조 씨는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이다.

조 씨의 소환 조사는 지난 16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19일 만이다.

화투 그림으로 미술계에 주목을 받은 조 씨는 결국 화투 그림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 "조 씨 그림은 대작 화가 작품"…의혹 제기
조 씨의 화투를 소재로 한 그림 '대작'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4월 15일이다.

무명 화가 송모(61) 씨의 주변에서 대작 의혹이 제기됐다.

속초에 사는 송 씨는 자신이 그려준 그림을 조 씨가 그린 것처럼 전시하고 고가에 판매하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19일 송 씨는 검찰에서 조 씨의 화투 그림을 자신이 대신 그렸다고 진술했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지난달 16일 조 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4곳을 압수수색 했다.

이에 조 씨 측은 "송 씨는 조수에 불과하고, 조수를 두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미술계의 오랜 관행"이라고 밝혔다.

여기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검찰의 '사기죄' 수사는 오버 액션"이라며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밝혀 대작 논란에 불을 지폈다.

◇ '관행 vs 사기'…검찰 사기죄 적용
조 씨의 화투 그림 대작 논란으로 '조수의 개념이 어디까지냐'를 놓고 미술계와 법조계 의견이 분분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작품 제작에 조수를 썼다'는 조 씨의 발언에 반발하는 기류도 있었다.

검찰은 미술계 관행이라는 조 씨 주장과 달리 처음부터 조 씨에게 사기죄를 적용했다.

검찰이 사기죄를 적용하면서 검토한 판례는 1992년 '아메리카 고딕'이라는 중세시대 인물화를 놓고 벌인 저작권 분쟁 재판이다.

작품 의뢰인은 얼굴을 해골로, 배경은 해적선을 그리도록 작가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 경우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재판부는 실제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조 씨에게 사기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조 씨를 둘러싼 그림 대작 의혹은 계속됐다.

이에 조 씨의 그림 전시회와 콘서트 등은 전면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됐다.

◇ "대작 그림인지 몰랐다"…구매자 진술로 '반전'
조 씨의 그림 대작 논란은 '대작 그림인지 모르고 샀다'는 구매자의 진술이 나오면서 반전됐다.

대작 화가인 송 씨는 작품에 따라 10여만 원의 대가를 받고 조 씨의 그림을 대신 그렸고, 조 씨는 이를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안 구매자들의 피해 진술이 구체적으로 쏟아지면서 사기죄를 적용한 검찰 수사도 활기를 띠었다.

검찰은 조 씨의 대작에 상당 부분 관여한 소속사 대표이자 매니저 장모(45) 씨를 지난달 23일과 26일 두 차례 소환해 그림 대작과 대작 그림 판매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당시 검찰은 매니저 장 씨에게도 사기 혐의를 적용, 10여 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송씨가 2010년부터 최근까지 200여 점을 조 씨에게 그려준 것으로 보고 이 가운데 몇 점이 판매됐는지에 수사력을 모았다.

또 지난달 말 조 씨 그림을 판매한 갤러리 여러 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송 씨 이외에 대작 화가가 1명 더 있고 일부 판매된 사실도 확인했다.

'대작 논란' 이후 두문불출한 조 씨는 지난달 28일 부산 쎄시봉 콘서트에서 "화투 오래 갖고 놀다가 쫄딱 망했다"며 복잡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 검찰 소환 조사…사법 처리 여부 관심
조 씨를 이날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검찰은 어느 작품이 대작인지와 대작 판매 규모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뒤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검찰은 조 씨의 대작 그림이 30점가량 판매됐고, 이를 대작 그림인지 모르고 산 피해자는 10여 명인 것으로 파악했다.

확인된 피해자들은 대작 그림을 1∼2점씩 샀으며, 피해액은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출두한 조 씨는 이날 "(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지, 정통 미술을 한 사람도 아닌데 어쩌다가 이런 물의를 빚게 돼 정말 죄송스럽기 짝이 없다"며 "검찰 조사를 성실하게 잘 받고 그때 와서 다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는 이날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을 토대로 조 씨를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조만간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ㅎ밝혔다.

(속초=연합뉴스)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