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지카 유행국 방문 후 8주 지나 임신 시도해야"
여름 휴가철 접어드는 시기 '감염 대비' 철저해야


한국인 지카 감염환자의 정액에서 살아있는 지카바이러스가 확인되면서 이제 모기뿐만 아니라 성접촉에 의한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액에서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성관계로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 WHO "지카 유행국 방문 후에는 8주 지나 임신 시도해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31일 '임신 주의 기간'을 당초 4주에서 8주로 2배로 늘리는 등 성접촉에 의한 지카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조치를 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카바이러스의 확산 경로를 크게 모기(이집트숲모기), 성접촉, 수혈 등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카바이러스가 발생한 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은 최소 8주가 지난 다음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특히 남성의 경우 정액 내 지카바이러스 생존 기간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만큼 감염 의심증상이 있다면 최소 6개월까지 성관계를 금하라고 WHO는 권고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콘돔 등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러스 보균자와 성관계를 한다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직 백신과 정확한 진단 장비가 보급되지 않은 만큼 성관계로 인한 감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로서는 '임신을 늦춰라'는 조언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마거릿 챈 사무총장의 말대로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지카바이러스가 정액으로 유입되는 생리학적 메커니즘이나 몸속 유입 후 생존 기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률 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 정부는 올림픽 개최 전부터 선수, 코치진, 관광객을 대상으로 남성용 콘돔(35만개), 여성용 콘돔(10만개)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질병관리본부는 앞서 "영국에서 증상 발생 후 62일이 지난 환자 정액에서 지카바이러스 검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며 "지카바이러스 발생 국가를 방문한 사람은 최대한 성관계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 "모기퇴치제 뿌리고, 성관계 자제하거나 콘돔 사용해야"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와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에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모기, 성관계 등 지카바이러스 감염 매개체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여름이 다가오면서 지카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대표적인 모기 종인 '흰줄숲모기' 활동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캠핑 등을 할 경우에는 살충제가 묻어있는 모기장을 이용해야 한다"며 "향수를 사용하거나 체온이 높으면 모기에 더 잘 물리기 때문에 외부활동을 할 때는 가급적 향이 강한 화장품은 쓰지 말고 샤워를 해 체온을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황금연휴와 여름 휴가로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지카바이러스 환자 발생 국가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아시아권에서는 최근 발병국으로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몰디브 등이 거론됐고, 라오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도 과거 환자 발생 국가로 포함됐다.

만약 이들 국가를 방문한다면 성접촉에 의한 감염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콘돔을 사용하거나, 최대한 성관계를 자제해야 한다.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사실상 성관계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콘돔과 금욕밖에 없다"며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국내거주 일반인들이 과도하게 겁낼 필요는 없지만, 발생 국가를 방문한다면 콘돔을 꼭 사용하고 일정 기간 성관계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지카바이러스는 직접적인 증상보다 여성에게 감염됐을 때 소두증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는 위험이 가장 무섭다"며 "백신이 없으므로 현재로서는 예방법을 철저히 따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소변이나 침에서도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되지만, 아직 이를 통해 감염된다는 보고는 없다"면서 "하지만 정액의 경우는 이미 외국에서 여러 차례 전파 사례가 확인된 만큼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강애란 기자 kms@yna.co.kr,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