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차려진 빈소는 차분…조문객 올 때마다 모친 눈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닷새째인 2일 사고 현장과 유족이 머무는 빈소에는 여전히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광진구 구의역 내선순환 방면 승강장에는 1천개를 훌쩍 넘는 추모 포스트잇(접착식 메모지)이 붙었다.

사고가 일어난 9-4번 탑승구 주변이 빼곡해지자 양옆으로 뻗어 나가 9-1번부터 10-1번까지 유리판을 가득 채웠다.

시민들은 '죄송합니다', '네 잘못 아니야',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어' 등 저마다 추모 글귀로 숨진 김모(19)씨 넋을 달랬다.

'그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 '안전에서도 비정규직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거냐', '정규직 꿈꾸며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 등 사회 구조 문제를 비판한 이들도 많았다.

9-4번 탑승구 옆에는 국화꽃 수십 송이와 함께 각종 과자, 음료, 컵라면, 즉석밥, 고인이 좋아했다는 갈릭파이 등이 놓였다.

서울메트로가 아래층 대합실에 마련한 추모공간에도 시민들이 놓은 포스트잇과 선물이 가득했다.

임시 게시판을 가득 메운 포스트잇은 구의역 고객서비스센터 창문까지 모두 가렸고, 100송이 넘는 국화꽃과 음식이 테이블에 쌓였다.

'아가, 라면 먹지 말고 고깃국에 밥 한 그릇 말아먹어라'라는 포스트잇과 함께 밥과 국 한 그릇씩을 정갈하게 놓고 간 이도 있었다.

지나던 시민들은 승강장과 대합실의 추모공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유심히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는가 하면 즉흥적으로 참여하는 이들도 있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에 이어 구의역 사고에도 이어지는 '포스트잇 추모' 열기에 대해 "'나도 저런 일을 당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추모와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 교수는 "국가가 공공 영역을 자본에 맡길수록 개인의 위험은 높아진다"면서 "외주 노동자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처럼 위험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이 이런 추모 행위로 서로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뭉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의역에서 약 2㎞ 떨어진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유족이 전날부터 빈소를 차리고 차분히 조문객을 맞았다.

오전 시간이라 손님이 많지는 않았지만 고인의 친구 몇 명이 함께 방문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빈소를 찾은 일반 시민도 있었다.

고인의 이모는 "어제는 친구랑 선생님들이 50명 가까이 왔었고, 퇴근길이나 출근길에 들린 일반 시민도 많았다"면서 "'아들이 에어컨 설치 일하는데 이번 사고 보고 남 일 같지 않아서 왔다'는 아주머니도 계셨다"고 말했다.

고인의 모친은 조문객이 올 때마다 손을 꼭 잡고 감사를 표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말없이 옆을 지키는 고인의 부친도 이따금 눈물을 찍어냈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h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