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서 치료비 지원돼 '환자 수 늘리기'

국가인권위원회는 주거가 불안정한 노숙인들을 유인해 입원하게 해놓고 환자 보호와 관리에 소홀했던 정신병원에 관행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실태조사를 벌여 문제점 근절 방안을 마련하게 하고 해당 정신병원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지도·감독 강화와 행정처분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해마다 정신요양시설과 정신의료기관을 방문 조사하도록 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작년 5월부터 7월까지 경남과 경북, 충남에 있는 정신병원 6곳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이러한 조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정신병원에서는 노숙인들을 유인해 입원하게 한 뒤 무단 외출과 외박을 허용하거나 음주를 방치하는 등 다수의 불법 사례가 발견됐다.

경북의 한 병원은 입원환자 중 40% 이상이 노숙을 하다 입원했거나 노숙인 동료의 소개로 입원한 상태였다.

병원은 노숙인들이 입원할 때 교통비를 주거나 입원한 뒤에는 커피나 담배 등을 공짜로 줬는데 정작 환자들은 왜 자신들에게 이러한 혜택을 주는지 모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의 정신병원들은 이렇게 입원한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경남의 한 병원은 알코올의존증이 있는 상태에서 들어온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병명을 알리지 않았고 이 때문에 당사자들은 당뇨나 관절염 때문에 요양하러 입원한 것으로 아는 사례도 있었다.

이 병원은 환자들의 외출을 자유롭게 허용해 환자들이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거나 주변에서 캔 나물을 부산역까지 가서 팔고 오기까지 했다.

술을 마신 상태로 병원에 돌아와도 폐쇄병동에 잠시 머무르게 했을 뿐 그 외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정신병원들이 제대로 된 치료 없이 환자 수를 늘린 이유는 정부로부터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정신병원은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입원하면 환자 부담금 없이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입원치료비를 받을 수 있어서 입원환자가 많을수록 병원은 경영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