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수수료 전액 지원에 카드 결제율 1년새 16.3% 포인트↑
택시기사들 "잔돈 준비 필요 없고, 거스름돈 계산 안 해 좋아"

며칠 전 술자리를 마친 뒤 밤늦게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A(52)씨는 요금을 내려고 지갑을 열었지만, 공교롭게 현금이 없어 당황했다.

집에 전화해 택시 요금을 가지고 나오라고 해야 할지, 편의점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찾아야 할지를 놓고 고민했던 그는 택시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발견하고서야 안도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택시기사가 신용카드 결제를 꺼릴 거라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기우였다.

택시기사는 "우리도 잔돈 준비 안해도 되고, 복잡하게 거스름돈 셈 안해도 돼 좋다"고 웃어 보였다.

A씨는 이후 택시를 이용할 때 굳이 현금을 꺼내지 않는다.

비록 작은 액수지만 거스름돈을 두고 했던 불필요한 '번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도 좋았다.

그는 현금으로 택시 요금을 낼 때 100원 단위 자투리 거스름돈은 거의 받지 않았다.

밤늦게 택시를 이용하면서 수백원의 거스름돈까지 알뜰하게 받아 챙기는 것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쫌생이로 비쳐지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사정은 택시기사들도 마찬가지다.

100~200원 정도의 자투리 요금은 받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간이 돈인 처지에 한 발 먼저 움직여 다른 승객을 태우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도입 초기 번거로움 때문에 카드 결제를 꺼렸던 택시기사들도 이제는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카드 수수료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잔돈을 준비하기 위해 은행을 가야하는 수고를 덜게 됐고, 현금으로 받으면 어디로 쓰는지도 모르게 사라지던 푼돈이었는데 매달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고 반기는 기사도 있다.

바야흐로 택시도 신용카드 시대다.

수년전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가 보급되던 초기만 해도 기사들은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고, 이런 기사들 눈치를 보느라 승객들도 애써 현금으로 요금을 지불했던 풍속도가 확연히 바뀌었다.

우선 대부분 택시가 카드 요금 결제 단말기를 장착했다.

기사든, 승객이든 소액의 요금이라고 카드 결제를 꺼리지도 않는다.

소액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택시 카드 결제율 역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청주의 한 택시업체의 지난 1년 카드 결제율 추이를 보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이 업체의 지난해 1월 매출액 1억2천200만원 가운데 카드 결제액이 5천200여만원으로, 42.6%를 차지했다.

1년 만인 올해 1월에는 총 매출액(1억1천200만원)의 58.9%(6천600여만원)가 카드 결제였다.

1년 새 무려 16.3% 포인트나 뛴 것이다.

청주 택시업계는 올해 요금 카드 결제율이 7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승객이 카드로 결제하면 택시업계는 2.1%의 카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자치단체들은 택시업계의 이런 부담을 덜어주고 카드 사용 활성화를 위해 카드결제 수수료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청주시도 2014년부터 1만1천원 이하의 택시 요금에 대해 카드 수수료를 지원한다.

카드 사용이 증가하면서 청주시가 부담하는 수수료도 매년 늘고 있다.

수수료 지원 첫해인 2014년 4억원을 부담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5억9천만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카드결제 지원금이 작년보다 30%가량 증가한 7억7천400여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 예산을 편성했다.

카드 수수료가 부담이 되긴 하지만 카드 결제가 늘면 세금 탈루를 막을 수 있고, 교통 서비스 개선 효과도 있다는 것이 청주시의 판단이다.

한 택시 운전기사는 "예전에는 몇천 원을 카드로 결제하는 것에 대해 승객들이 지레 부담스러워 했지만, 요즘은 기본요금도 당당하게 결제한다"며 "카드 결제 수수료를 지원해주니 기사들도 승객들과 얼굴을 붉히며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차량이 통행이 잦은 도로에서 카드 결제와 영수증 발급을 하느라 정차하다 보면 뒤따라오는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까 있지만 돈을 거슬러주는 것과 별반 차이 없는 것 아니냐"며 "몇년 뒤면 택시에서 현금이 오가는 것은 보기 어려운 옛 풍속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bw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