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비용절감·안전의식 부족…"하청업체 재해율 관리 필요"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이어 1일 14명의 사상자를 낸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 사고 등 대기업이나 기관의 하청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상대적인 약자인 하청업체 근로자의 안전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번지면서 각종 산업현장에서 열악한 업무 환경과 위험한 작업으로 내몰리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희생을 막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잇따른 산재 사고…위험한 일은 하청업체 근로자의 몫

1일 오전 7시 27분께 경기 남양주시 진접선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현재까지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사상자들은 포스코건설의 공사현장에 투입된 하청업체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포스코건설은 붕괴 사고 관련해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사고 대응에 나섰다.

포스코건설은 사고가 수습되고 사고원인이 파악되는 대로 현장의 안전관리지침과 설비를 전면 재검검해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유가족과 부상자, 가족들들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사고로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김모(19)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김씨도 서울메트로 하청업체에 고용된 근로자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나섰다.

이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는 산하기관 외주화를 실태조사하고 전면 개선하면서 지하철 공사 안전 관련 업무 외주를 근본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이렇게 즉각적인 조치로 이어진 경우도 있지만 하청업체 직원들의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11일 울산 현대중공업 도장공장에서는 사다리차를 타고 일하던 근로자가 선박 블록 돌출부와 사다리차 작업대 사이에 끼여 숨졌다.

18일에는 현대중공업 굴착기 조립공장에서 하청업체 직원 A(36)씨가 굴착기 본체와 붐(Boom·굴착기 앞쪽 작업대) 사이에 끼여 숨졌고 19일에는 선실1공장 뒤편에서 직원 이모(55)씨가 지게차에 치여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도 해안 안벽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바다에 빠져 숨지는 등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만 올들어 3명의 하청업체 직원이 작업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에도 대기업 사업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해 1월에는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질소가스 누출로 근로자 3명이 숨졌고, 4월에는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에서 배기덕트를 점검하던 3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7월에는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에서 폐수처리장 저장조가 폭발해 용접작업을 하던 6명 모두 목숨을 잃는 사고도 있었다.

◇ 건설업계 "산업현장 안전의식 높이고 하청업체 재해율도 관리해야"

원청업체가 공정 일부 또는 상당수를 하청업체에 맡기는 것은 이미 국내 산업현장의 시스템으로 굳어져 있다.

비핵심 공정까지 모든 업무를 원청업체가 수행하는 것보다는 전문성을 가진 하청업체에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고 대기업과 군소기업이 상생하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청업체들이 저가낙찰제로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고 하청업체들은 낮은 비용으로 수익을 내려다 근로자의 안전은 외면한 채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거나 인력을 줄이는 악순환이 결국 산재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안전사고가 줄잇는 것은 이들이 대형 원청업체 직원들은 주로 현장 설계·시공관리 업무를 맡는 반면 직접 현장에 투입돼 위험한 공사를 하는 쪽은 하청업체 직원과 일용직 근로자들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저가 수주로 인한 공사비 절감, 발주처의 공기 단축 압박에 이은 무리한 공사 등의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안전불감증을 없애고 발주자와 원·하청업체, 근로자 모두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복합적인데 발주자, 원청업체, 하청업체, 근로자가 4위 일체가 돼 안전의식을 높여야 사고예방을 할 수 있다"며 "산업현장에서는 이러한 4개의 축 가운데 하나라도 안전에 소홀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발주자나 원청업체뿐 아니라 하청업체도 재해 관리에 관심을 갖도록 하청업체의 재해율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정책본부장은 "원청업체가 전반적인 현장 안전관리를 신경써야 하고 하청업체와 현장 근로자 모두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인데 원청업체의 재해율은 관리하지만 전문 하청업체에 대한 재해율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사 현장에서 공사를 수행하는 것은 대부분 하청업체들이지만 공사 중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청업체의 재해로 인정될 뿐 실제 공사를 수행한 하청업체의 재해 기록은 남지 않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하청업체도 근로자의 안전관리에 더 관심을 갖도록 하청업체의 재해율도 체계적으로 관리해 안전사고 예방에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