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50·끝) 투자와 합리적 사고
흔히 수학을 잘하면 재무금융 공부를 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세부 분야에 따라 그 정도가 차이가 나지만 재무금융은 근본적으로 이익, 손실, 현금흐름 등을 다루는 학문이고 이들은 숫자를 통해서 표현되므로, 수학을 잘하는, 특히 대수(algebra)를 잘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다. 수학(산수)은 초등학생부터 대학교수까지 모든 이가 접하는 공부(학문) 중 가장 논리적인 분야이다. 가장 논리적인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합리적 사고를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재무금융(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자질은 수학이 아니라 합리적 사고이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도 투자 행태가 비합리적일 수 있는데 사고 자체가 비합리적이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실 우리 삶에는 비합리적인 것들이 많다. 이들이 존재하고 있음과 그 이유를 인식하는 것도 합리적 사고를 기르는 좋은 방법이 된다. 가령 우리나라에서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1살이고, 달력 날짜로 12월31일을 넘기면 무조건 2살이다. 그래서 항상 생일이 지났는지 따져 보고 1, 2살을 뺀 후 진짜 나이를 알게 된다. 직장 나이도 마찬가지다. 입사 후 첫 12월31일을 넘기면 무조건 2년차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예 이러한 것들이 합리적이라 주장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가령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약 1년(270일여)을 보내는 것을 감안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엄마 뱃속에서 1년을 보낸 모든 태아 중 왜 어떤 태아는 태어난 지 이틀 만에 2살이 되고 어떤 태아는 태어난 지 11달 만에 2살이 되어야 하는가는 여전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설명은 합리화 혹은 궤변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다루는 재무금융 분야에서 합리화나 궤변이 지배할 때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가령 저금리인 최근이 주식 투자에 적합한 시기일까? 아니다. 저금리를 가져온 원인이 불황인데, 불황이 기업 주가에 좋은 뉴스일 리 없다. 이런 주장의 기저에는 주장하는 측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수년 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어느 자산운용회사의 중국시장 올인투자나 은행들의 키코 불완전판매는 가장 합리적이어야 할 금융기관조차 매우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투자 시 합리적인 사고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변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와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이 투자(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가장 합리적인 경구임을 명심하는 것이다.

유진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