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원인도 모른채 대책회의만 여는 정부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한 관련 부처 회의체가 헛바퀴를 돌고 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 일정에 맞춰 대책을 보고해야 하는 관련 부처는 마음이 다급해져 비공개로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부처 간 갈등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도둑회의’만 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와중에 몇몇 주무부처 장관은 해외 출장 중이다.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이 총체적 난국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3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환경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은 지난 일요일(29일) 청와대에서 2차 미세먼지 종합대책회의를 열었다. 23일 첫 회의 이후 엿새 만에 관계 부처 차관들이 모였다. 당초 25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련 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돌연 취소하고 주말에 비공개로 회의를 연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아프리카 순방에서 귀국하는 오는 5일 이후 곧바로 관련 대책을 보고하라는 청와대 지시가 떨어져 대책을 급히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차 회의에서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격론만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경유값 인상,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 등을 주장했다. 반면 기재부는 서민 부담이 커진다며 경유값 인상에 반대했다. 산업부도 환경부의 근거 부족과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 공급 계획을 이유로 노후 발전소 폐쇄에 부정적이다.

일각에선 미세먼지 대책 논의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 원인이 뭔지부터 정확히 밝혀내야 거기에 맞는 대책이 나올 텐데, 회의에 참석한 환경부 차관조차 미세먼지 원인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제대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며 “원인도 모른 채 대책부터 내놓으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의에선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부터 국민에게 알리자는 정도만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주완/심성미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