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빡빡한 수사 일정에 쫓기는 검찰…"힐링이 필요해"
6월22일 1기를 시작으로 총 8기에 걸쳐 검사, 수사관, 사무관 등 검찰 직원 360여명이 1박2일 ‘힐링 여행’을 간다. 숲이 울창한 경기·충청권 리조트 등을 여행지로 물색 중이다. 검찰이 이 프로그램을 시행한 지 올해로 4년째다. 지난해까지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에서 기획했지만 올해부터 운영지원과 복지팀이 맡아서 추진한다. 3년간의 시험단계를 거쳐 성과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신호다.

대검 관계자는 “기존에 제공하던 심리상담 프로그램과 연계해 검찰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는 ‘숲체험’을 일정에 추가한다. 숙소 근처 숲에 들어가 ‘숲 설명가’에게 나무나 꽃, 곤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산책도 한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등산을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은데 수사 일정이 바쁘다 보니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며 “일선 검사들이 잠시라도 숨을 돌릴 수 있도록 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검사와 수사관들은 주중·주말 할 것 없이 빠듯한 일정에 쫓겨 일한다. 검찰 관계자는 “밤낮없이 일하는 것도 있지만 수사라는 특성상 업무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3년 전부터 ‘마음톡톡’ 심리 상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검찰청 소속 전 직원 1만860여명을 대상으로 전화·온라인 심리상담, 개인·집단 대면 상담 등을 벌인다. 살인, 성폭력 등 강력수사업무와 민원업무 종사자 등 스트레스가 높은 직군은 따로 선정, 전문 상담가가 방문해 맞춤형 상담을 한다.

검찰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일선 검사들은 ‘딴 나라 이야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수사 업무가 바쁜 와중에 무슨 힐링이냐”는 얘기다.

한 특수부 검사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수사 일정상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초임 검사는 “힘들다고 심리 상담을 받거나 힐링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현장 분위기가 아니다”며 “스트레스를 술로 풀다 보니 뱃살만 늘어간다”고 푸념했다.

검찰이 진행하는 각종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검사 비율은 10%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도 힐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라며 “일선 검사들이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