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지만 환경부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간 이견으로 진전을 보지못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5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미세먼지 대책을 논의하려다가 회의를 연기한 뒤 이후 일정을 잡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31일 "실무자 간 어느 정도 의견 조정을 한 후 차관회의를 열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부처 실무자 간 협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는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시한 지 3주가 지났지만 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 단위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보니 실무자 협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처간 입장차이가 큰 현안은 크게 경유값 인상, 석탄화력 억제, 경유차 환경부담금 부과 등 3가지로 알려졌다.

우선 환경부는 노후 경유차 배출가스를 줄이거나 도심 운행을 규제하는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로 경유 가격을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경부는 경유값을 올리고, 휘발유값을 내리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2007년 각종 세금(유류세)을 조정해 휘발유값 대 경유값을 100대 85 수준으로 맞춰놓았다.

2018년 말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폐지되고,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데, 이 시기에 맞춰 경유값과 휘발유값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경유 가격 인상은 세금 인상이라는 반박 논리를 내세우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기재부 편을 들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31일 논평을 내고 "경유차의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경유 값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경유차 소유주로부터 받은 환경개선부담금 중 26%만 실제 대기 질 개선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2014년도 경유 소유주가 낸 환경개선부담금은 무려 5천171억원에 달했으나, 환경부가 쓴 돈은 1천370억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경유가격이 인상되면 소형 트럭, 승합차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볼 것이라고 소상공인연합회는 주장하고 있다.

또 경유가격이 인상되면 대중교통, 전기요금 등 생활물가도 덩달아 인상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기재부는 오히려 세금 인상 대신 환경개선부담금을 경유차에 매기는 대안을 환경부에 제시한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환경개선부담금을 100% 대기 질 개선에 쓰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경유 가격 인상 외에도 미세먼지 발생 원인 중 하나인 화력발전소 문제도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마찰을 빚고 있는 사안이다.

산자부는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 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환경부는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2013년과 2015년 각각 수립한 6차·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 설비용량을 2014년 현재 2만6천274MW에서 2029년 4만4천8MW로 70% 가까이 확대할 계획이다.

석탄화력발전은 현재는 물론 15년 뒤에도 전력공급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엔 환경운동연합이 환경부 편에 섰다.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공중보건 위험인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 석탄화력발전 확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산업부에 촉구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대통령까지 나서 미세먼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지만, 산업부는 공식자료를 내고 '안정적 전력수급'과 '전력생산의 경제성'을 근거로 석탄화력발전의 확대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이 대기오염 개선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 나가기로 한 흐름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 환경운동연합의 주장이다.

지난해 발표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가동되거나 계획된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PM2.5) 가중농도 탓에 연간 조기 사망자수가 1천144명에 이른다.

수도권 지역의 유일한 석탄화력발전소인 영흥화력발전소에 대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의 대기질 영향분석 연구'에 따르면 이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수도권의 상당 지역을 포함하는 50∼70km 반경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발전소에 대한 현재 환경영향평가 평가범위는 10km로 설정돼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의 광범위한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승인됐다"고 지적했다.

국내 석탄화력발전 설비의 절반 가까이 집중된 충남 지역에 신규 발전설비 증설은 미세먼지 오염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산업부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축소 대신 고효율 설비와 오염물질 저감장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개선부담금을 경유차량 대신 경유에 부과하는 방안도 다른 논란거리이다.

이를 기재부가 제시하며 협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역시 합의를 끌어낼지는 미지수다.

경유는 버스, 승합차, 트럭 등 서민들의 생계수단에 사용되는 연료라는 점에서 담배증세에 이어 경유 증세라는 반발이 예상된다.

현재 경유차 한 대에는 연간 10만∼80만원이 부과되고 있다.

경유 1리터에 100원의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면 15km 연비 승용차가 연간 2만km를 운행할 때 13만3천원의 부담금을 내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중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차량에 매기는 부담금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도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기재부는 당초 환경부에 부담금 요율을 인상하고 저공해 차량에도 부담금을 부과할 것을 제안했지만, 환경부는 '대기 질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며 경유 가격을 인상하자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준조세인 환경개선부담금으로 경유 가격을 올리면 늘어나는 부담금 수익 전액은 환경 사업에만 쓸수 있지만 대표 유류세인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세수의 11%만 환경 분야에 사용된다.

경유 소비 억제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최선책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결과'에 따르면 차량 운행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량은 전체 미세먼지 국내 발생분의 10%에 불과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경유에 부담금을 매기는 등 손쉬운 대책에만 치중하지 말고 배출원별 발생량부터 정확히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 결론이 나서 확정된 사안이 전혀 없다"며 "조만간 부처간 협의를 거쳐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결국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간 속도감 있게 협의함으로써 현재 수립중인 범정부 종합 대책을 조속히 마무리하라"고 지시한 만큼 그 결과물이 언제쯤 어떤 결말로 나올 지 관심이 모아진다.

(세종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chun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