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윤 다원체어스 대표 "번 돈을 신제품 개발에만 써 1등업체 됐죠"
“허~ 제대로 탔네. 마음이 후련하네.” 2013년 연매출 200억원을 올리던 공장에 불이 나 공장의 70%를 태우고 50억원을 한순간에 날린 회사 대표가 화재 현장에 도착해 처음 한 말이다. 마음속으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망연자실해 있는 직원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는 없었다. “어차피 이 공장으로는 수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잖느냐”는 말로 직원들을 다독였다. 그 후 1년, 거짓말처럼 회사는 살아났고 번듯한 공장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 국내 사무용 의자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다원체어스의 이규윤 대표(56·사진) 이야기다.

이 대표는 30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5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됐다. 이 대표는 30년간 사무용 의자 부품 및 완성품 생산에 매진해온 전문 기술인이다.

이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화재 당시 상황에 대해 “두바이 출장 중에 화재 소식을 듣고 급하게 귀국했는데 공장이 뼈만 남아 있더라”며 “왜 좌절하지 않았겠느냐. 하지만 어차피 다시 일어나야 하고 직원들 앞에서 절망적인 심정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기계를 만지길 좋아하던 이 대표는 기술을 배우기로 마음먹고 경상공고 기계과에 입학했다. 고교 시절 다듬질 국가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국기능경진대회에서 입상도 했다. 경일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곳이 가구업체였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틈만 나면 의자 개발을 위해 해외 유수의 가구 전시회를 돌아다녔고, 전시회에서 얻은 의자들을 해체하고 조립하기를 반복하며 연구개발에 열정을 쏟았다.

18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기술·영업담당 이사까지 오른 이 대표는 쌓아온 기술과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2001년 1월 다원산업(현 다원체어스)을 설립했다. 창업 초기 번 돈은 판로 개척이 아니라 신제품 개발에 100% 투자했다. 설립 1년 만에 첫 작품인 ‘엑티브’ 개발에 성공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장시간 상담으로 좋은 의자를 필요로 하는 보험설계사가 많은 대형 보험회사의 대량 주문이 이어졌다. 2년간 15만개가 팔려나갔다. 이 회사는 매년 5종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해 220여종의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특허 44건 외에 실용신안 8건, 디자인 112건, 상표 4건 등 총 168건의 지식재산권도 보유하고 있다. 다원체어스는 세계 38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300만불 수출의 탑’도 수상했다. 지난해 매출은 233억원이었다.

10여년을 일궈온 공장을 화재로 잃고도 곧바로 재기 의욕을 다졌던 이 대표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열정적이다. 대표적인 활동이 ‘아름다운 동행·나눔의 짜장차’다. 초기 자금 3000여만원을 들여 푸드트럭을 개조해 매월 10여차례 저소득 소외계층을 찾아 짜장면을 대접하고 있다. 한 달에 이 대표가 제공하는 짜장면만 3000여그릇, 식재료비만 500만원에 달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