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고로 변신한 '악취섬 난지도'
일요일인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냇가와 잔디밭, 울창한 숲 속에 수십명의 학생들이 그룹을 이뤄 채집기와 돋보기 등을 들고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개구리를 잡고 환호성을 지르는 초등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곳은 20여년 전까지 쓰레기매립지로 활용된 ‘버려진 땅’ 난지도. 울창한 수목 사이로 보이는 매립가스 재활용시설이 이곳의 ‘불행했던 과거’를 짐작하게 했다. 한때 먼지와 악취, 파리가 많아 ‘삼다도’로 불렸던 월드컵공원은 2002년 환경·생태공원으로 조성된 뒤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거듭났다.

서울시는 28~29일 이틀간 월드컵공원 일대에서 ‘제2회 바이오블리츠 서울(사진)’ 행사를 열었다. 바이오블리츠는 생물 전문가와 시민이 24시간 동안 탐방 지역 내 살아있는 모든 생물종을 조사하는 탐사활동이다. 1996년 미국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세계 각지 주요 국립공원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시민은 학생을 비롯해 75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8개 조로 나뉘어 식물 곤충 버섯 양서류 조류 등의 생물종을 조사했다. 이들이 이틀간의 탐사를 통해 발견한 생물종은 총 932종. 생태공원으로 지정된 2002년 400여종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최현실 서울시 자연생태과장은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 동안 쓰레기매립지였던 난지도가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