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포털 손잡은 '더 쇼', 실시간 시청자 100만 돌파
지난 24일 방영된 음악 순위 프로그램 ‘더쇼’ 73회. 한국과 중국 시청자의 실시간 투표와 사전 집계를 더한 결과 걸그룹 AOA가 8192점을 받아 8067점의 세븐틴을 누르고 주간 최고가수(더 쇼 초이스)가 됐다.

케이블방송 SBS MTV와 중국 포털 유쿠투더우가 공동 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매주 화요일 오후 8시(한국시간)부터 양국에서 동시 중계해 중국에서 화제를 모으며 새로운 한류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한·중 팬이 공동 참여하는 첫 음악 순위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팬덤문화를 창조해냈다는 평가다.

2014년 10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매회 실시간 시청자가 100만명을 웃돌며 VOD(주문형비디오)를 포함해 누적시청 횟수가 총 3억5000만건을 돌파했다.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23억뷰를 기록했다. 트위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 ‘올해의 트위터’에서 ‘글로벌 TV 인기 트렌드’ 4위를 차지했다. 국내 프로그램으로는 유일하게 상위 10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유쿠투더우 주최로 더쇼 팬미팅까지 열렸다. 한류 가수, 배우가 아니라 한류 방송 프로그램 이름을 건 팬미팅이 열린 것은 처음이다. 더쇼를 직접 보러 방한하는 중국인도 늘고 있다.

더쇼가 이처럼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 한·중 양국에서 동시에 생방송되고 중국 팬들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좋아하는 가수에게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 팬들의 투표만으로 결정되는 다른 음악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팬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 유쿠투더우는 일본과 동남아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팬도 사전 집계에 참여하고 있다.

가수들의 무대 바깥 모습을 궁금해하는 팬을 위한 다양한 코너도 주효했다. 가수가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숨은 이야기를 공개하는 ‘MV톡’, 멤버들의 사적인 활동에 대한 퀴즈 등으로 꾸미는 ‘미션60’, 가수들의 그림실력을 살펴보는 사생대회 등의 코너가 흥미를 유발한다. 가수 무대만으로 구성했다면 다른 음악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없어 인기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무대 밖 코너가 팬들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하게 하고, 참여도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장기 고정 편성 프로그램이란 점도 한몫했다. 실시간 시청자 수가 초기 70만명 안팎에서 올 들어 1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유쿠투더우 음악채널의 리위(李宇) 사장은 “지난 1년7개월간 매주 방송하는 동안 시청자 수가 꾸준히 늘었다”며 “더쇼에 나온 한국 가수들은 중국 팬에게 널리 알려져 중국 진출 기회가 늘었다”고 말했다. 더쇼를 연출하는 김칠성 PD는 “단순한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양국 음악 교류를 활성화하면서 음악문화의 거리도 좁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