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6일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 사건을 각하함으로써 선진화법 개정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선진화법이 여대야소인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몰고갔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여소야대로 바뀐 20대 국회도 선진화법의 덫에 걸려 식물국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폭력을 없애고 일방적 법 처리나 몸싸움이 아니라 설득과 대화를 통한 입법을 유도하자는 취지로 2012년 5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몸싸움하는 ‘동물국회’는 사라졌지만 중요한 쟁점 법안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는 ‘식물국회’가 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신속 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5분의 3(180석)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독소조항’에 가로막힌 것이다.
선진화법 개정 '난망'…20대도 '식물국회' 우려
헌재 결정으로 정부·여당이 강력히 추진해온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각종 경제 법안의 20대 국회 처리도 난망해졌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19대 국회에서도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이다.

20대 국회는 19대와는 달리 야당의 의석이 더 많은 여소야대 국회다. 새누리당이 122석, 더불어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중 한 당이 반대하면 재적의원 5분의 3(180석)을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쟁점 법안의 신속처리 안건 지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헌재 결정에 대한 3당의 반응은 엇갈렸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곧 출범할 20대 국회가 선진화법의 모순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헌재의 각하 결정은 여야가 타협과 합의의 정치를 하라는 입법 취지를 받아들여 내린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로 통과한 법률이 시행 과정에서 일부 당의 이해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외부 기관인 헌재로 가져간 것은 입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격하시킨 일로 각하 결정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