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추락 현실에서 인권만 부각" 볼멘소리…교육청 "조사방식 문제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연구용역을 의뢰해 내놓은 학생인권실태 조사보고서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서 교단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매맞는 교사' 등 최근 교권 추락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교육청이 학생 인권뿐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면서 겪는 고충에도 균형있게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민간단체인 인권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학생인권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보고서는 학교 체벌이 법과 조례로 금지돼 있지만, 서울 초·중·고생의 20%가 여전히 체벌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공립보다 사립학교 학생들이 교내에서 체벌과 과도한 복장 규제 등 인권침해 가능성이 큰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내용도 있다.

교사들의 직무 피로도와 체벌이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과중한 업무부담을 줄이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담았다.

이 보고서 내용에 대해 교단을 실제보다 권위주의적으로 묘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 교원단체와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교가 학생인권을 보호하는 데 노력하고 신체나 도구를 이용한 체벌이 없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학칙을 어기고 교사에게 폭언·폭행을 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등의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에 대해 교사가 강력히 제지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도 권리에 따른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는데 지금의 학교는 교실붕괴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학교도 사회이고 상과 벌이 존재해야 하는데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벌조차 주기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학생인권이라는 문제를 지나치게 학생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일선 교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학생지도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립고 관계자도 "보고서 내용이 완전히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요즘 같은 세상에 체벌하는 교사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인권정책연구소는 2011년 국내 첫 민간 인권 전문기구를 표방하며 출범한 연구단체다.

당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조직운영에 반발해 인권위를 떠난 조사관들을 중심으로 구성됐고 초대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고 김창국 변호사도 고문으로 활동했다.

2014년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실태조사 연구도 이 연구소가 맡았다.

설문은 서울 시내 전체 초·중·고교 한 학급씩, 총 2만2천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설문 내용을 통계분석한 뒤 서울 시내 5개 권역별로 3개 학교씩 총 15개 학교에서 주제별 대면 심층면접도 했다.

서울의 학생인권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경기·강원교육청이 이미 같은 내용의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교육청은 조사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선생님이 학생들을 공정하게 대하는가' 같은 추상적인 내용의 설문을 초·중·고교생에게 공통으로 적용하는 것 등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학생인권에 대해 외부에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교사 고유의 지도권한과 학교장의 자율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특히 사립학교에 부정적인 내용이 부각된 것은 '사학 때리기'라는 의심도 살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해당 연구방법론과 연구주체에 문제가 없으며 이번 보고서에서 제시된 정책대안이나 의견은 교육청의 공식의견이 아닌 연구팀의 견해라고 선을 그었다.

보고서 내용이 과거 체벌이나 학생인권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연구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체벌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내용을 담았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의 한 공립 중학교 교사는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학교와교사는 (체벌을 포함해) 예전 방식처럼 강압적으로 학생을 지도하려고 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며 "조사내용에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교총은 교사들이 학생지도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교육청이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서 추락하는 교권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석 대변인은 "민간 인권기구에 의뢰해 학생 인권실태조사를 했듯이 서울교육청이 지금의 학교 현실과 교사의 학생지도 어려움을 확인하기 위한 실태조사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