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정신의학회 회장 주장…"정부가 정신질환자 치료 적극 나서야"

최근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에서 발생한 '화장실 살인' 사건으로 정신질환자 예방·관리에 관심이 높아졌지만, 법절차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상섭(67) 대한법정신의학회 회장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국회에서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환자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방향으로 개정돼 관리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법무부 치료감호소장을 맡았고 '정신분열병 환자의 살인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등 관련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이번 범행은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가 피해·망상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치료를 제대로 받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조현병은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보다 공격성이나 폭력성이 분출되기 쉽다"며 "본인은 자신의 증세를 모르기 때문에 보호자나 국가가 치료를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달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환자들의 치료를 막는 독소 조항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기존에는 정신과 의사가 필요성을 인정하면 강제입원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환자가 본인이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 전문의가 강제입원을 결정한 경우 외부기관인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입원의 적합성을 한 차례 더 심사하도록 규정했고 최대 입원 기간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최 회장은 "복잡한 절차로 정신질환자 입원이 더 어려워져 이들에 대한 치료도 힘들어질 것"이라며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오히려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찰이 행정입원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을 두고 "이미 지자체장이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행정입원을 할 수 있음에도 잘 하지 않는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퇴원 이후 자신에게 적개심을 가질 것을 우려하는 담당 공무원들이 정신질환자 행정입원에 소극적이고 정부도 예산이 추가로 더 투입된다는 점에서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강제입원은 당사자를 위한 치료로 봐야 한다고 최 회장은 강조했다.

환자를 정신병 환자로 낙인 찍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등 부정적인 시각에서 강제입원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항정신병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면 조현병을 이겨내고 충분히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며 "정신질환자는 본인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강제입원 등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불거지고 있는 여성혐오 논란은 조현병 환자 1명의 범죄를 사회적 혐오 문제로 과도하게 확대한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연구 결과 조현병 환자의 범행은 주로 가족을 상대로 일어나는 특성이 있다"며 "이번 사건은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기보다는 분노가 불특정 대상에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p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