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수사 중인 검찰이 태아일 때 산모를 통해 살균제에 노출, 피해를 입은 사례에 대해서도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 포함하기로 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정부 폐손상 조사위원회 2차 조사에서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 신고자 3명이 태아 시기 또는 출생 직후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사실을 파악했다.

2명은 태아 시기에, 다른 1명은 태아일 때부터 생후 10일 정도까지 각각 살균제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폐손상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성이 있는지가 쟁점이 된 가운데 검찰은 인과관계가 있다고 잠정적으로 결론 내렸다.

가습기 살균제 물질을 직접 흡입하지 않고 태아 상태에서 노출된 피해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다음달부터 환경부 의뢰로 백병원에서 연구를 시작한다.

옥시 측 요구에 따라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가 은폐했던 실험 결과는 간접증거로 채택됐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쪽에서 준비한 실험이 도리어 피해자를 확대하는 근거가 된 셈이다.

조 교수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 및 생식독성 실험을 했는데, 임신한 쥐를 상대로 한 생식독성 실험 결과는 제출되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이 확보한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임신한 쥐의 뱃속에 있는 새끼(태자) 15마리 중 이 물질에 노출됐을 때 무려 13마리가 죽었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옥시 측은 생식독성 실험 결과는 수령조차 하지 않고 흡입독성 실험 보고서 중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검찰에 제출했다.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실험 결과에서도 새끼가 잉태될 때 PHMG에 노출되고서 생후 10주 차에 부검을 해보니 폐에 심각한 염증이 발견됐다.

이번 사건의 경우 태아 단계에서 노출된 2명은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제품을 사용했고, 생후 10일까지 노출된 1명은 옥시와 홈플러스 제품을 모두 쓴 것으로 조사됐다.

두 실험 결과 등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검찰은 업체들을 기소할 때 공소사실에 이 부분도 추가할 방침이다.

검찰은 조 교수를 증거위조와 수뢰 후 부정처사, 사기 혐의로 24일께 구속기소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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