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명 피해낸 과실 중대…실책임자는 수사 통해 선별키로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다수의 인명피해를 낸 롯데마트와 제품 개발·마케팅 용역을 맡은 미국계 컨설팅업체가 함께 처벌받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두 업체 모두에게 제품 안전성 검사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등 혐의로 양쪽 법인을 처벌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마트는 2006년 11월 문제의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함유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라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롯데마트가 미국 컨설팅업체 데이먼사의 한국법인과 공동 기획하고 생활화학용품 제조업체인 용마산업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만든 것이다.

그동안 롯데마트는 제품 개발 관련 업무 일체를 데이먼에 일임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제품 안전성 검사를 소홀히 해 결과적으로 다수의 사상자를 낸 책임을 일부 인정하지만 법적으로 데이먼에 더큰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반면에 데이먼은 PHMG의 흡입 독성검사가 필요한지 실무적 법리 검토만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먼은 제품 개발 당시 관련법상 PHMG가 독성물질로 분류돼 있지 않아 안전성 검사 없이 출시해도 괜찮다고 롯데마트에 컨설팅했다고 한다.

검찰은 롯데마트와 데이먼 간 계약상 의무, 그동안의 업무 관행 등을 고려했을 때 일단 데이먼쪽에 과실 책임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망자 16명 등 총 41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행위의 결과를 감안하면 롯데마트도 형사 책임을 벗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검찰은 양쪽 법인을 모두 처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되 구체적인 과실 책임자는 향후 수사를 통해 선별할 방침이다.

데이먼의 미국 본사는 일단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