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콜라주 기법에서 그림으로 표현한 '화풍 변화' 주목
'대작 사건' 논란 새국면…구매자 상대로 피해 조사 나서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71) 씨의 그림 '대작 사건'과 관련, 조씨가 대작 화가인 송모(61) 씨에게 보내서 그리게 한 그림 일부의 원작은 송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22일 대작 화가 송씨가 조 씨에게서 건네받아 대신 그린 그림의 원본도 조씨의 원작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이 부분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조 씨 그림 '대작 사건'으로 불거진 조수의 개념 논란과는 다른 것이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작 과정은 조씨가 자신의 화투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매니저를 통해 송 씨에게 카톡 등으로 보낸다.

송 씨는 이를 전달받아 빈 캔버스(도화지)에 밑그림부터 채색까지 모든 그림을 완성해 조 씨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이때만 해도 조 씨의 원작을 송씨가 90% 이상 대신 그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를 놓고 미술계와 법조계는 '조수의 개념이 어디까지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조 씨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송 씨에게 밑그림이나 채색을 하게 했을 뿐 모든 작품 구상은 100% 자신의 창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씨가 그리게 한 원작도 대작 화가인 송 씨의 그림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주장대로라면 송 씨는 처음부터 조 씨를 대신해 일부 화투 그림을 그렸고, 자신의 그림을 여러 개로 자기 복제한 뒤 조 씨에게 전달한 셈이다.

조 씨는 이를 다시 전달받아 일부 손질을 거쳐 자신의 이름으로 구매자에게 1점당 600만∼800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을 그리게 한 대가로 조 씨는 대작 화가 송 씨에게 1점당 10만 원가량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조 씨의 행위를 미술계의 관행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검찰이 조 씨에게 사기죄를 적용하고 수사에도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작 화가인 송 씨는 2009년부터 조 씨의 그림을 대신 그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에는 조 씨의 화투 그림이 화투장을 화폭에 오려 붙이는 콜라주 기법에서 2009년부터는 화투장을 직접 그림 형태 표현하는 화풍의 변화도 송 씨의 원작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조 씨의 이름으로 판매된 송 씨의 대작 그림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10여 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주말과 휴일에도 전 수사력을 동원해 압수한 물품 분석 등을 토대로 대작 의혹을 받는 그림이 판매된 것이 있는지를 확인 중이다.

또 송 씨의 대작 그림을 100% 조씨가 그린 것으로 알고서 산 구매자, 즉 피해자 조사도 여러 명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조사는 전화와 출장, 방문 조사 등으로 여러 방법으로 진행 중이나, 피해자 조사가 몇 명이나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구매자가 직접 검찰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반적으로 미술품 거래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현금으로 거래하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어려움이 있다"며 "그림 판매 장부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 없어 일일이 확인하다 보니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송 씨가 자신이 그린 그림 2점을 조 씨의 그림으로 소개해 지인에게 판매했다는 일부 주장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종건·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