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소규모 학교 통폐합 해야 신설·증축 허용"
청주 개발지구, 학생 수용 방안 없어 아파트 건립 차질


청주에서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잇따르자 교육당국이 학교 문제로 골치를 앓는다.

신규 아파트로 유입될 학생 수용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기존 학교를 증축하거나 학교를 신설해야 하는데 어느 하나도 쉬운 게 없다.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해 교육부가 제동을 걸기 때문이다.

청주 옥산면 가락지구에서 코오롱하늘채(1천206가구)와 흥덕자이(2천542가구) 등 2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건립중이다.

코오롱하늘채는 내년 1월, 흥덕자이는 2018년 8월 입주한다.

인근에서는 국사산업단지 개발이 추진된다.

이곳에도 2천250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국사산업단지를 제외하고 코오롱하늘채와 흥덕자이에 유입될 학생은 821명으로 산정됐다.

가락지구 인근에는 두 개의 학교가 있다.

1.7km 떨어진 옥산면 소재지에 옥산초등학교가, 반대 방향으로 2km 거리에 옥산초 소로분교가 있다.

22학급 500여명 규모의 옥산초는 건물이 낡은 데다 추가 용지 확보 없이는 교실 증축이 불가능하다.

45개 마을 학생들이 다니는 옥산면 중심 학교여서 가락지구로 신설 대체 이전할 수도 없다.

신설 대체 이전은 학생 수가 감소하는 학교가 개발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충북도교육청은 소로분교를 가락지구에 신설 대체 이전하기로 했다.

흥덕자이 조합이 52억원 상당의 학교용지(1만5천55㎡)를 기부하는 조건이다.

도교육청은 가락지구에 29학급의 가칭 소로초등학교를 신설 대체 이전 방식으로 건립, 2019년 3월 개교하는 계획을 세워 교육부에 재정투자 심사를 신청했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그러나 지난달 "수용 규모를 재산정하고 소규모학교 통폐합 방안을 우선 마련하라"는 검토 의견을 달아 반려 처분했다.

학생 수용 규모는 조합원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재산정할 수 있지만, 소규모학교 통폐합 방안부터 마련하라는 요구는 도교육청을 당혹스럽게 했다.

농촌 등의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 충북 전체 학교 규모를 최대한 줄이라는 얘기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나서지 않는 도교육청을 압박한 것이다.

교육부는 학생 수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이유로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유도했으나, 도교육청은 농촌 공동화를 우려해 인위적 통폐합에 반대해왔다.

도교육청은 가락지구 수용 규모를 재산정하고, 충북 적정규모 학교 육성 계획을 수립해 오는 8월께 교육부 중투위에 재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가락지구 학생들은 내년 3월부터 소로분교나 옥산초에 임시 배치된다.

교육부 중투위가 소로초 신설 대체 이전을 제때 승인하지 않으면 가락지구 입주민 자녀들이 학교 문제로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는 청주 가경동 홍골지구와 서현지구도 도교육청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이들 지구에는 모두 1천934가구의 아파트가 건립된다.

유입 초등학생만 400∼500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학생을 수용하려면 20학급 이상 더 필요한데 두 지구 관할 학구인 서현초등학교(4층 38학급)는 현재로서는 6학급밖에 늘릴 수 없다.

청주시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도교육청은 지난 16일 "지금 상태로는 학생을 추가 수용할 수 없다.

사업시행자가 방안을 모색하라"는 취지로 회신했다.

학생 수용 방안을 내놔야 개발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일대 도시개발사업 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요청서를 시에 제출한 현대산업개발(홍골지구)과 신양건설(서현지구)은 학교 용지를 확보, 교육청에 기부하거나 서현초 수직 증축을 위한 안전진단 용역 수행을 대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 신설에 완강한 교육부의 태도상 서현초 수직 증축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이지만 과대 학교·과밀학급을 우려하는 재학생 학부모들이 반발할 수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대농지구 지웰시티 3차 사업과 관련, 솔밭초등학교 과밀화를 우려한 기존 입주민들의 반대에 시달린 바 있다.

교육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압박과 건설업체들의 개발 사이에서 학생 배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도교육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