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괴물 조형물 생긴 까닭은
서울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의 여의도한강공원에는 높이 3m, 길이 10m, 무게 5t의 대형 괴물 조형물(사진)이 서 있다. 2006년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은 한국 영화 ‘괴물’에 나온 기괴한 모습의 괴물 형상이다. 영화 속 괴물의 소리도 그대로 재현했다.

서울시는 ‘한강 이야기 만들기(스토리텔링) 사업’의 하나로 예산 1억8000만원을 들여 2014년 12월 말 괴물 동상을 세웠다.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강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설치 당시부터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된 괴물 조형물은 1년6개월이 흐른 지금도 ‘명물’과 ‘흉물’ 사이의 논란에 서 있다.

영화 ‘괴물’ 속 캐릭터를 한강에 설치하자는 얘기가 처음 나온 때는 2012년 7월. 아이디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박 시장은 당시 시 간부들에게 스토리텔링을 통한 한강 관광상품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큰 인기를 끈 영화 ‘괴물’ 속 캐릭터를 설치하면 한강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박 시장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받아들여 2014년 초 괴물 조형물을 한강에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직 시 고위관계자는 “기괴한 괴물 조형물이 시 예산으로 한강에 설치된다는 계획을 나중에 전해 듣고 이유를 확인해봤다”며 “담당 공무원들이 한결같이 ‘박 시장 지시사항이어서 따라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2006년 개봉한 영화 속 캐릭터를 8년이 지난 뒤 한강에 설치하는 것은 시민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내부 지적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좋게 말하면 참신하고 나쁘게 보면 황당하다 싶은 정책은 대부분 박 시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