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안전성 검사 일임" vs 美컨설팅사 "유해물질 법적문제만 자문"

유해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자 16명을 포함해 41명의 피해자를 낸 롯데마트가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맺어온 미국계 컨설팅업체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어 검찰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20일 검찰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2006년 11월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라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문제의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함유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롯데마트가 PB 상품 개발·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계 컨설팅업체 D사와 공동 기획해 중소 생활용품 제조사인 용마산업에 맡겨 제조한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각별한 인연이 널리 회자한다.

D사는 세계 100여개 유통업체와 공동으로 80억달러 상당의 PB 제품을 기획한 글로벌 PB 전문 컨설팅업체다.

이 회사는 2003년 롯데그룹과의 협력관계 구축을 계기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초창기에는 한국지사 사무실도 서울의 한 롯데마트 건물 내에 있을 정도였다.

D사는 롯데마트가 '값싸고 품질 좋은 생활용품'을 표방하며 브랜드화한 '와이즐렉 시리즈'의 마켓 컨설팅을 총괄하며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미국계 대형할인매장인 코스트코와도 사업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롯데마트가 최대 고객이다.

13년간 이어진 두 회사의 끈끈한 협력관계가 최근 위기를 맞았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책임 소재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핵심은 롯데마트가 PHMG의 인체 유해성 검사를 D사에 맡겼는지다.

이는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의 형사 책임을 누구한테 물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현재 롯데마트는 독성검사를 포함한 제품 개발 관련 일체를 D사에 일임했다는 입장인데 반해 D사는 제품 개발·판매에 있어 법적 문제가 없는지 서류 검토만 진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사는 당시 관련법상 PHMG가 유해물질로 등록돼 있지 않은 점을 들며 살균제 원료로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롯데마트에 컨설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에 대한 검찰 수사도 PHMG의 인체 유해성 검사를 하지 않은 책임이 어느 회사에 있는지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오전 롯데마트 제품의 안전성 점검 담당 직원인 황모씨, D사 한국지사 품질관리 책임자 조모씨를 동시에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조사를 해보면 책임 소재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마트 측은 "PB 상품 개발 단계부터 D사와 공동 작업을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상품 디자인은 물론 안전성과 품질검사 부분까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있는 D사에 의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롯데마트는 가장 먼저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 책임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18일 가습기 살균제로 페 손상을 입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100억대의 보상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