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획서 빼돌리라 지시한 사실 증명 안 돼"

에어컨 기술개발 국책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사업계획서를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G전자 허모(55) 전 상무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창경 판사는 19일 "허 전 상무가 부하 직원에게 사업계획서 입수를 지시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그러나 자료를 LG 측에 넘긴 사업평가위원 안모(61)씨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허 전 상무는 2009년 5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국책과제로 '고효율 20마력급 VRF 히트펌프 개발 및 보급'을 정해 사업자 선정에 나서자 부하직원 윤모(46) 전 부장을 시켜 안씨로부터 삼성전자 사업계획서를 넘겨받은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VRF는 냉방과 난방을 하나의 에어컨 실외기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를 근소한 점수 차로 누르고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검찰은 LG 측이 삼성 사업계획서를 참고해 자사 계획서를 고친 결과로 보고 수사했다.

이 판사는 "안씨가 윤 전 부장에게 삼성의 사업계획서를 USB(이동형 저장장치)에 담아 준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를 허 전 상무가 지시했다는 윤 전 부장의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안씨에게는 삼성전자 계획서를 윤 전 부장에게 넘긴 게 맞지만 경제적 이익을 받은 것은 없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윤 전 부장은 이 사건과 별개의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