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모 교수 계약서 존재 시인…단순 자문 아닌 사실상 '증거위조 계약'

금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과 관련해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57) 교수가 옥시와 맺은 계약에 따라 이런 실험결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연구결과를 조작하거나 왜곡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명해왔던 조 교수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런 '자문 계약서'의 존재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옥시 측과 조 교수 사이에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 실험이 진행되기 직전인 2011년 10월께 '자문 계약서'가 작성됐다.

당시 옥시 대표였던 거라브 제인 명의로 영문으로 작성된 서류가 번역돼 조 교수에게 이메일로 전달됐다.

여기에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에 무해하며 피해자들의 폐질환은 다른 원인 때문이라는 점을밝혀주고,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을 비판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가로 옥시 측이 조 교수에게 3개월간 매월 4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조 교수 측은 통장에 입금된 1천200만원이 "옥시 측이 자문료로 지급한다고 해 보상 성격으로 이해했으며, 모두 공적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밝혔지만, 옥시 측이 원하는 결과를 내주기로 하고 받은 돈임이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이 계약 내용을 단순한 자문으로 보기 어렵고, 옥시 측이 금품을 주고 원하는대로 해달라는 취지로 맺은 사실상 '실험결과 요청 계약'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조만간 진행될 거라브 제인 전 대표의 조사에서도 관련 의혹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달 4일 조 교수의 서울대 연구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그를 긴급체포했으며, 수뢰 후 부정처사 및 증거위조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조 교수는 구속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재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