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임금피크·공동교섭 신경전…'5년 연속 파업' 우려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의 노사문제 최대 이슈는 임금협상, 임금피크제 확대, 현대기아차그룹사 공동교섭 등으로 요약된다.

임금협상에서 노조는 금속노조가 일괄적으로 정한 기본급 7.2%인 15만2천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매년 요구하는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도 요구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영업 이익이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국 통화 약세, 공장 가동률 하락 영향 등으로 전년 동기보다 15.5% 줄어든 1조3천424억원에 그쳐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대비 1.6%포인트 하락한 6.0%로 국제회계기준(IFRS) 기준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가장 낮았다.

현대차는 올해 4월 국내 5만9천465대, 해외 35만3천161대 등 국내외에서 지난해보다 5.5% 감소한 41만2천626대를 판매했다.

국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줄었고, 해외도 5.5% 감소했다.

회사가 "내수와 수출 모두 경영위기"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임금피크제 확대는 지난해 노사협상에서 다루다가 절충점을 찾지 못해 올해까지 넘어온 현안이다.

회사는 현재의 임금피크제(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를 확대하자고 요구해 왔다.

지난 3월 1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이 건을 논의하려 했으나 진척이 없었다.

때문에 올 임협에서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출범한 강성 노선의 현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어 정년의 추가 연장 없이는 임금피크제 확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다.

사측은 "지난해 노사협상에서 올해 임금협상에서 다시 논의해 확대 시행하기로 합의한 만큼 반드시 임금피크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0여 개의 현대기아차그룹사 노조가 그룹을 상대로 공동교섭을 하자고 요구한 것도 협상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금속노조가 주축이 돼 추진 중인 공동교섭은 4월 19일 상견례부터 지금까지 4차례 요구했지만, 그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표 사업장인 현대차는 "공동교섭은 회사별로 근로조건과 지불 능력 등 경영환경이 달라 불가능하고, 법적으로 참여할 의무도 없다"며 "공동교섭 요구는 약화한 산별교섭을 회복하고 투쟁의 명분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룹사 노조 대표들은 그러나 지난 10일 울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내심을 갖고 공동교섭을 기대했지만 상견례 요구부터 지금까지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그룹의 횡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24일로 요구한 공동교섭이 또 무산되면 노조 간부들이 27일부터 그룹 본사에 항의하는 상경투쟁에 나서고, 금속노조 간부들로 '재벌개혁 실천단'을 꾸려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밖에 현대차 노조는 일반·연구직 조합원 8천여 명의 '승진 거부권'도 올해 처음 요구했다.

조합원이 (승진을) 희망하지 않을 경우 회사의 '대리→과장' 승진 인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것인데, 강성 노조 울타리에서 조합원 자격과 확실한 고용을 유지하고, 노조는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노조는 또 임금협상과 무관한 해고자 2명의 원직 복직 요구안도 넣었다.

현대차 노사가 임금인상, 임금피크제, 그룹사 공동교섭 등을 잘 조율하지 못하면 2012년 이후 노조의 5년 연속 파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 노사관계 전문가는 17일 "올해 현대차 노사의 협상 테이블에 무거운 안건들이 많이 올라 있어 파업 등 진통 없이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