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율, 집값 아닌 지분 기준으로 적용해야"
공동명의로 매입한 주택에 대해 세법에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면 전체가액이 아닌 지분가액에 대한 세율을 적용해 취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지방세법에 관련 조항이 없던 2013년 8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억원 초과 공동명의 주택에 대해 높은 세율을 적용받은 주택 소유자들이 세금을 일부 돌려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모두 합쳐 약 3000억원의 취득세가 환급 대상이 될 전망이다.

◆납세자 첫 승소 판결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윤모씨와 김모씨 부부가 서울시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취득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초구청은 경정거부를 취소하라”고 지난 12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윤씨는 2011년 9월 서울 우면동의 S아파트를 7억2930만원에 매입한 뒤 2013년 11월 아내인 김씨에게 지분 50%를 3억5833만원에 양도했다. 서초구청은 당시 아파트 전체가액인 7억1666만원에 대해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율 2%를 적용해 취득세 860만원(농어촌특별세 0.2%, 지방교육세 0.2% 포함)을 부과했다. 윤씨 등은 “김씨가 지분의 50%만 매입한 만큼 6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취득세율 1%를 적용받아야 한다”며 서초구청에 경정청구를 냈으나 경정을 거부당하자 지난 1월 소송을 냈다.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세한의 조성은 변호사는 “윤씨 외에 수십명이 이와 비슷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모두 납세자들이 패소했다”며 “비록 1심이긴 하지만 납세자가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동명의 주택에 대한 취득세 문제는 2013년 12월 지방세법이 개정되면서 불거졌다. 개정된 지방세법은 2013년 8월28일 이후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는 취득가액이 6억원 이하면 1%,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면 2%, 9억원 초과면 3%의 취득세율을 각각 적용토록 했다. 이 법에서는 “과세표준은 취득 당시의 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했을 뿐 주택을 공동소유로 취득하는 경우 세율구간을 전체주택의 가액을 기준으로 정할지, 공유지분의 가액을 기준으로 정할지에 대한 규정이 명시적으로 없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이번에 “전체주택의 가액을 취득세율 기준으로 삼는다면 법률의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납세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함부로 의제하는 것이어서 조세법률주의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정부는 논란이 일자 2015년 7월24일 전체가액을 기준으로 세율구간을 정하도록 지방세법을 개정했다.

◆3000억원 취득세 환급될까

법조계와 부동산업계는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환급 대상이 되는 세금 규모가 약 3000억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3년 8월28일부터 2015년 7월23일까지 공동명의로 6억원 초과 고가 주택을 구입하면서 전체가액대로 취득세를 낸 납세자들이 해당된다.

해당 기간 동안에 두 명이 각각 지분율 50%로 10억원 주택(전용면적 85㎡ 이하)을 공동으로 매입했다면 기존 취득세율 3%에서 1%를 적용받아 농어촌특별세 등을 포함한 취득세를 2200만원 환급받을 수 있다.

다만 아직은 환급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비슷한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갔다가 심리불속행(별도로 법원 심리를 열지 않고 사건을 기각)으로 납세자가 패소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하급심에서 기존과 결론을 달리한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대법원에서도 사건을 면밀히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고윤상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