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털어 문화재 지킨 '개성상인 기업인'
‘개성상인 기업인’ 호림(湖林) 윤장섭 성보화학·유화증권 명예회장이 1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2년 개성에서 태어난 그는 1957년 성보실업을 시작으로 유화증권, 서울농약(현 성보화학)을 잇달아 창립해 한국 기업계의 기초를 닦은 1세대 기업인이다.

윤 명예회장은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기업 인수, 매매 등을 하지 않는 ‘개성상인 철학’을 견지해온 인물이다. 1962년 창업한 유화증권이 대표적인 예다. 경영권 손바뀜이 많은 증권업계에서 한 번도 이름을 바꾸지 않은 몇 안 되는 증권사 중 하나다.

‘자사주 투자자’로도 유명했다. 윤 명예회장은 전자공시 제도 도입으로 대주주 거래 기록이 투명하게 공개된 2000년부터 최근까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유화증권과 성보화학 자사주를 사들였다. 자사주 투자를 통해 책임 경영을 실천한 것이다.

문화재 수집가로도 잘 알려졌다. 문화재 1만5000여점을 사들여 호림박물관을 세웠다. 개성상업학교 재학 시절 개성박물관장을 지낸 고유섭 씨의 특강을 듣고 문화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키웠다. 성보중·고등학교를 운영하는 성보학원을 설립해 교육사업에도 힘썼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정윤 여사와 아들 재동(성보화학 부회장), 재륜(서울대 교수), 경립(유화증권 회장) 씨, 며느리 오윤선(호림박물관장)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18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 고양시 선영. 02-3010-2230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