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반난, 밥먹기 어렵다' 펴낸 김진태 전 검찰총장 "옛글이 있어 소란한 마음 다스릴 수 있었죠"
“아들이 총명해 일생을 그르치느니 어리석고 미련해 큰 탈 없이 잘 살기만 바랄 뿐….”

지난해 3월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64·사진)은 검찰 인사 이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간부들에게 이런 한시(漢詩)가 적힌 종이를 나눠줘 화제가 됐다. 중국 송나라 명문장가 소동파가 썼다는 ‘세아희작(洗兒戱作)’을 인용해 “자리가 사람을 빛내는 게 아니다. 어느 자리에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그 자리가 빛나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김 전 총장이 옛 시문을 골라 해설하고 자신의 짤막한 생각을 덧붙인 책 《흘반난(吃飯難), 밥 먹기 어렵다》(불광출판사)를 펴냈다. 그는 “법조인으로서 느낀 번민과 소란한 마음을 옛 글에 기대어 풀고 다스렸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은 퇴임할 때 평소 즐겨 읽던 시문(詩文)을 모아 가제본한 책의 형태로 후배들에게 나눠줘 화제가 됐다. 그는 “검찰을 떠나면서 짐을 챙기던 중 혹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후배들에게 준 것”이라며 “어떻게 이것을 알고 달라는 사람이 있어 부득이 인쇄했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한국과 중국의 시와 문장 126편을 담았다. 최치원, 두보, 이백, 원효, 소동파, 이황, 조식, 임제 등 역사의 굽이굽이를 살다 간 사람들이 당시 처한 상황에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포기하며 쏟아낸 시문이다. 여기에 지은이의 삶과 역사적 행보, 정치적 풍경, 저자의 감상을 녹여냈다. 김 전 총장은 퇴임 뒤 경북 성주의 산사에 머무는 등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