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흡입은 위험"

가습기 살균제에서 시작된 흡입 유해성 논란이 탈취제 시장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탈취제에도 살균 성분이 들어 있는 만큼 밀폐된 공간에서 흡입하는 것은 인체에 좋지 않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면 문을 열어놓고 소량만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16일 유통·생활용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 피앤지(P&G)의 페브리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제4급 암모늄 클로라이드(Quaternary Ammonium Chloride·암모늄염) 성분에 대한 유해성 논란으로 소비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기중에 스프레이처럼 뿌리는 섬유탈취제와 방향제 등에는 대부분 살균·항균 성분이 포함돼 있다.

페브리즈 역시 옷에 뿌려 냄새를 없애는 섬유탈취제에는 제4급 암모늄염 성분이, 공기중에 뿌리는 공기탈취제에는 BIT(Benzoisothiazolinone)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이 된 제4급 암모늄염은 살균·소독·보존력이 있는 화합물이다.

다만, 살균력이 비교적 약한 편에 속해 탈취제·세제를 비롯한 생활용품과 소독약 등 의약품, 화장품 등에 두루 쓰인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민관합동대책반이 의료기관용으로 발간한 메르스 감염관리지침을 보면 고위험·준위험 기구가 아닌 비위험 의료기구를 소독할 때 제4급 암모늄염 제제를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방역소독 지침과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고 역시 손 소독과 식품용기·조리기구 소독에 일정 비율 이하의 제4급 암모늄계 물질 희석액을 사용해도 된다고 정하고 있다.

P&G 관계자도 "보존제로 많이 사용되는 성분인데 화학물질 관리가 엄격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사용 허가가 난 성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폐 섬유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HMG/PGH처럼 이를 흡입했을 경우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피부에 묻었을 때와 달리 흡입해 폐로 들어갔을 경우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화학과 교수는 "(제4급 암모늄염이) 폐로 들어갔을 경우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 결과는 아직 접하지 못했다"며 "환경과 흡입량 등 변수가 워낙 많아서 간단히 규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동물실험 결과, 제4급 암모늄염 계열의 물질을 흡입한 쥐의 폐에서 염증과 섬유화 증상이 나타났다는 논문이 발표됐기 때문에 유해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어떤 살균제든 밀폐된 공간에서 흡입하는 것은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섬유탈취제나 공기탈취제 역시 소비자가 열린 공간에서 최소한만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프레이형 탈취제에 '좁은 공간에서 사용할 경우 환기를 해야 한다'는 경고문구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눈과 폐에 닿아도 되는 살균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염화암모늄(제4급 암모늄염)처럼 살균력이 약한 물질은 잠깐 사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문을 닫아놓고 계속 뿌리는 것은 좋지 않다"며 "탈취제뿐 아니라 피톤치드(식물이 해충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살균 물질)가 들어간 방향제 등도 많은데 어떤 살균 물질도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흡입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