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꿈을 잃지 않았던 아산의 기업가정신 뿌리내려야"
아산(峨山)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2011년 설립된 아산나눔재단이 창립 5주년을 맞았다. 아산의 도전정신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아산나눔재단은 이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불린다. 이경숙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사진)은 “아산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여건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지만, 당시에는 꿈이 있었기에 배고픔을 견딜 수 있었다”며 “그때 우리 사회를 이끌었던 도전정신을 2016년 대한민국에 다시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15일 인터뷰를 하면서 아산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아산이 온몸을 바쳐 일한 것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때는 아산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을 공유하고 있었고, 그게 우리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풍요로운 나라라는 모두의 꿈은 어느 정도 실현돼 젊은이들이 원하는 게 사라졌다”며 “그러다보니 스스로 무언가에 도전하는 삶이 아니라 남과 비교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고, 패배의식이 생겨났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행하는 ‘흙수저’나 ‘헬조선’ 같은 자기비하적 표현도 젊은이들이 꿈이나 목표 없이 다른 사람이 세운 기준을 따라가다가 좌절을 겪으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결책으로 ‘기업가정신 교육’을 제시했다. 이 이사장은 “기업가정신을 창업희망자 혹은 기업인에게만 필요한 정신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업가정신은 인생과 사회에 대한 태도이자 철학”이라며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정에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기업가정신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아산의 기업가정신을 ‘5C’로 재해석했다. 할 수 있다 정신(candoism), 도전정신(challenge), 창의성(creativity), 신뢰(credibility), 책임감(commitment) 등이다.

이 이사장은 아산과의 인연에 대해 “1991년 한국이 UN에 가입하는 현장에 함께 갔고, 돌아오는 비행기에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다”며 “돌아오는 14시간 동안 그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아산의 꿈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며 “그 꿈을 아산나눔재단이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창업환경에 대해 “다들 창업하라고 구호는 많이 외치는데, 정작 창업하기 위한 문화와 환경은 부족하다”며 “창업은 단순히 아이디어나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시설, 공간, 교육, 네트워크, 자본 등이 필요한데 이런 제반여건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산나눔재단이 이런 여건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 등이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았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아산나눔재단은 벤처 발굴대회인 ‘정주영창업경진대회’를 5회째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회 대회까지 총 37개 팀을 발굴했다. 교육 관련 스타트업인 ‘바풀’, 웹드라마 제작 기업 ‘모모’ 등이 정주영창업경진대회 출신이다. 또 창업을 원하는 젊은이를 위한 공간인 ‘마루180’을 2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을 입주시켜 하나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