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실관계 확인속 검찰의 수사 결과 주목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브로커를 동원해 전방위로 로비했다는 의혹을 검찰이 수사중인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경찰에까지 불똥을 튀기는 모양새다.

일단 의혹을 풀 열쇠를 쥔 브로커 이모씨가 경찰을 상대로 로비해 사건 무마에 성공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이 여전하다.

비단 정 대표 사건에서뿐 아니라 경찰 고위직들과 친분을 과시하고 다니며 사업상 이익을 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브로커 이씨는 국내의 한 특수장비차량 제조업체 고문으로 재직했다.

해당 업체는 과거 경찰 특수차량 납품 사업을 낙찰받은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경찰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시위대의 이동을 차단할 차벽차량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해당 업체는 2008년 9월과 12월, 2010년 6월 3차례 경찰청의 차벽차량 구매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됐다.

낙찰가 총액은 약 11억원이었다.

이 업체는 사다리차, 크레인 등 특수장비차량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기업으로, 2011년에는 차벽트럭 관련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달청 입찰을 거치는 사업이어서 도중에 누군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가 각계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로비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경찰을 상대로도 사업상 로비 등을 충분히 시도할 만한 인물이지 않으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씨는 작년 9월 경찰이 인도네시아 경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경찰 장비 시연회를 열었을 때 납품업체 고문 자격으로 행사장에 나타난 적이 있다.

당시 이씨와 만난 인물 가운데는 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던 고위 간부가 있었다.

이씨는 해당 간부가 지방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그를 찾아가 집무실에서 차를 마시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간부는 "이씨와는 시연회장에서 처음 만나 명함을 주고받았고, 내가 지방청장으로 부임한 뒤 찾아와 5분가량 차를 마신 게 전부"라며 "기념사진은 누가 찾아와도 찍는 것"이라며 친분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정 대표의 국외 원정도박 사건 수사 당시 경찰이 결국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채 불기소 의견 송치한 일을 두고도 여전히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당시 중국 마카오에서 정 대표 명의 여권을 사용한 누군가가 300억원대 판돈을 걸고 도박을 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그러나 폐쇄회로(CC)TV 등 증거 확보에 실패해 결국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다.

정 대표는 자신의 도박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던 2013∼2014년 브로커를 동원해 경찰에 수사 무마 로비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수사를 담당한 일부 경찰관이 정 대표 측에 화장품 매장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경찰청은 의혹을 받는 경찰관들이 한결같이 부인하는 만큼 이들에 대해 처벌을 전제한 정식 감찰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부분에 관한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 대표로부터 100억원대 수임료를 부당하게 받은 혐의로 구속된 최유정 변호사 측과 경찰이 유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다.

최 변호사가 정 대표를 구치소에서 접견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로부터 폭행당했다며 고소한 사건과 관련, 경찰 관계자가 정 대표를 찾아와 최 변호사와 합의를 종용하는 등 최 변호사 쪽에 유리하게 사건을 처리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전혀 사실이 아닌 악의적 주장"이라며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과 관련한 부분을 포함, 정 대표가 최 변호사와 브로커를 동원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광범위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