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박양자 할머니의 당당한 런웨이…9년째 패션쇼 무대 올라
"나 자신을 위해서 하니 모든 생활이 즐거워져요."
14일 오후 8시 서울 청계천 수상무대에서 열리는 패션쇼 무대에 오를 박양자 할머니는 올해 90세인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몸도 목소리도 '청춘'이다.
그는 160cm가 채 안 되는 아담한 키지만 날씬한 몸매를 계속 유지해왔다.
비결은 매일 아침 조깅과 매주 모델 워킹 연습을 거르지 않는 것이다.
박 할머니는 1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미 패션쇼 무대에 오른 지 9년째"라며 "매주 목요일마다 뉴시니어라이프에서 하는 시니어모델교실에 나가고, 아침에는 조깅과 조기체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패션업계에 종사하거나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다.
9년 전 그야말로 용기 하나로 부딪힌 셈이다.
박 할머니는 "젊을 때부터 패션 쪽을 동경하고 뜻도 있었지만 시대를 잘못 타서 개성을 살릴 수 없었다.
이제 아내로서, 엄마로서 모든 일을 마치고 젊었을 때 실현 못 한 걸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운동도 하고 준비했다"며 패션쇼 입문 계기를 밝혔다.
그는 2남 3녀를 둬 손주가 10명, 증손주는 7명이다.
남편은 15년 전 사별했지만, 남은 대가족이 박 할머니가 사는 정릉동 아파트를 수시로 오가며 할머니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준다.
박 할머니는 단순히 패션쇼에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지 않는다.
매번 런웨이에 오르기 전 철저히 몸을 관리하는 '프로'이다.
이미 60회 이상 패션쇼 무대에 선 베테랑이다.
뉴시니어라이프의 조다원 국장은 "박 할머니는 굉장히 적극적이다.
컨디션 조절도 알아서 해오시고 책임감도 있다"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출 때는 리듬감도 좋다.
80대 이상 모델 중엔 단연 최고"라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최근 50년 살던 정릉4동 주택에서 나와 옆동네인 정릉2동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사할 때도 고려 대상의 우선순위는 아침 운동이었다.
박 할머니는 "나이가 드니 아침에 너무 추우면 조깅하러 못 나가곤 했는데 이사 온 곳은 운동하는 곳과 가까워 선택했다"고 말했다.
40대에 대수술을 한 차례 하고 164cm이던 키가 많이 줄었지만 체력이 '쌩생'한 것은 운동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박 할머니는 패션쇼를 앞두고 12일 최종 리허설에서도 투피스를 입고 세련된 무대를 선보였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긴장보단 즐거움이 앞선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자신처럼 꿈을 펼치고 싶지만 망설이는 7090세대에 자신 있게 전했다.
"시작해보니까 자신감이 붙고 살아가는 목표도 생겨요. 부끄러워 말고 도전하세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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