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뉴시니어라이프 교육센터에서 청계천 수상 패션쇼에 나서는 박양자(90, 왼쪽부터), 김금옥(82), 이옥재(89), 임권임(86) 씨가 리허설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뉴시니어라이프 교육센터에서 청계천 수상 패션쇼에 나서는 박양자(90, 왼쪽부터), 김금옥(82), 이옥재(89), 임권임(86) 씨가 리허설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끄러워 말고 도전하세요"…매일 아침 조깅하며 날씬한 몸매 관리

"나 자신을 위해서 하니 모든 생활이 즐거워져요."

14일 오후 8시 서울 청계천 수상무대에서 열리는 패션쇼 무대에 오를 박양자 할머니는 올해 90세인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몸도 목소리도 '청춘'이다.

그는 160cm가 채 안 되는 아담한 키지만 날씬한 몸매를 계속 유지해왔다.

비결은 매일 아침 조깅과 매주 모델 워킹 연습을 거르지 않는 것이다.

박 할머니는 1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미 패션쇼 무대에 오른 지 9년째"라며 "매주 목요일마다 뉴시니어라이프에서 하는 시니어모델교실에 나가고, 아침에는 조깅과 조기체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패션업계에 종사하거나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다.

9년 전 그야말로 용기 하나로 부딪힌 셈이다.

박 할머니는 "젊을 때부터 패션 쪽을 동경하고 뜻도 있었지만 시대를 잘못 타서 개성을 살릴 수 없었다.

이제 아내로서, 엄마로서 모든 일을 마치고 젊었을 때 실현 못 한 걸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운동도 하고 준비했다"며 패션쇼 입문 계기를 밝혔다.

그는 2남 3녀를 둬 손주가 10명, 증손주는 7명이다.

남편은 15년 전 사별했지만, 남은 대가족이 박 할머니가 사는 정릉동 아파트를 수시로 오가며 할머니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준다.

박 할머니는 단순히 패션쇼에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지 않는다.

매번 런웨이에 오르기 전 철저히 몸을 관리하는 '프로'이다.

이미 60회 이상 패션쇼 무대에 선 베테랑이다.

뉴시니어라이프의 조다원 국장은 "박 할머니는 굉장히 적극적이다.

컨디션 조절도 알아서 해오시고 책임감도 있다"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출 때는 리듬감도 좋다.

80대 이상 모델 중엔 단연 최고"라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최근 50년 살던 정릉4동 주택에서 나와 옆동네인 정릉2동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사할 때도 고려 대상의 우선순위는 아침 운동이었다.

박 할머니는 "나이가 드니 아침에 너무 추우면 조깅하러 못 나가곤 했는데 이사 온 곳은 운동하는 곳과 가까워 선택했다"고 말했다.

40대에 대수술을 한 차례 하고 164cm이던 키가 많이 줄었지만 체력이 '쌩생'한 것은 운동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박 할머니는 패션쇼를 앞두고 12일 최종 리허설에서도 투피스를 입고 세련된 무대를 선보였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긴장보단 즐거움이 앞선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자신처럼 꿈을 펼치고 싶지만 망설이는 7090세대에 자신 있게 전했다.

"시작해보니까 자신감이 붙고 살아가는 목표도 생겨요. 부끄러워 말고 도전하세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