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우리나라 고유문자로 정하고 공문서에 원칙적으로 한글만 사용하도록 규정한 국어기본법 제3조 등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헌재는 12일 서울 재동 대심판정에서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열었다. 앞서 학부모와 대학교수, 한자·한문 강사 등 333명은 2012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해관계인으로 참석했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청구인 측 김문희 법무법인 신촌 변호사는 “국어기본법 조항은 국민의 한글 전용을 강요하고 한자문화를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있다”며 “이는 ‘언어를 통한 인격발현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초·중학교의 국어교과에서 한자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미래 세대가 한국어를 정확히 배우고 창의력과 사고력을 기를 기회를 봉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심재기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도 “한자어를 한자로 적지 않으면 문장 이해의 능률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초·중·고교 정규 국어 시간에 한자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대리한 박성철 지평 변호사는 한자 혼용이 오히려 위헌이라고 맞섰다. 박 변호사는 “사적 영역의 표현 방식은 개인의 자유지만 공적 영역인 공문서에 한자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한자를 읽을 수 없는 국민의 알 권리와 의사소통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해관계인 측으로 나온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우리가 오랫동안 한자를 빌려 썼다고 한자를 우리 글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초·중·고교에서 학교 재량으로 한자 교육을 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교과서에 한자를 한글과 함께 표기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