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 농성장으로 변한 서울시청…박원순의 자충수?
장애인 단체 1주일째 시청 봉쇄
경찰과 몸싸움…민원인 큰 불편
박 시장 "시위는 좋은 일 아니냐"
사실상 '지침'에 제지도 못해
장애인단체는 지난 4일부터 1주일 넘게 시청 후문을 점거한 채 농성 중이다. 요구사항은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센터를 한꺼번에 설립해달라는 것. 발달장애인 저축연금 조성 및 거주서비스 지원에 각각 1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달라고도 했다. 이들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데 2조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장애인단체와 부모들의 요구조건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시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평생교육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며 “실무자가 장애인단체와 협의하려고 하는데도 공무원을 믿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장애인단체와 부모들은 실무자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박원순 시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청 로비를 불법 점거하려 하면서 막무가내로 예산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시위대의 이런 행태는 박 시장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는 2011년 10월 취임한 뒤 시청을 점거하는 등의 불법 시위를 사실상 용인해 왔다. 박 시장은 “(떼 쓰는 시위가)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소통을 강조한 것이지만 불법 시위를 묵인하는 듯한 박 시장의 발언은 시 공무원에게 ‘지침’이 됐다. 청사 로비를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고 소란을 피워도 공무원들은 이들을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해 3월에야 “청사 점거농성을 벌이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뒤늦게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소통은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법 테두리를 벗어난 ‘떼쓰기 식 시위’까지 소통의 범주에 넣는 것은 무리다. 서울시가 여론을 의식해 장애인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떼 쓰면 통한다’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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