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1일 사건 주요 피의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1년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사태가 불거진 뒤 첫 구속영장이다. 검찰이 이들을 가장 책임이 큰 피의자로 보고 있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수사가 고비를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와 김모 전 옥시연구소장, 최모 옥시 전 선임연구원,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등 4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제품을 최초로 개발·판매할 때 깊이 관여한 이들이 이 사건에서 가장 과실 책임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아직 수사할 내용이 남아 있지만 큰 윤곽은 드러난 상태고, (전체 수사 과정에서) 큰 산은 넘지 않았나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표시광고의 공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해 판매하면서 흡입독성 실험을 거치지 않아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했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등의 허위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 옥시 측 책임자들이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사전에 인지했으면서도 실험 없이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했다. 옥시 측은 1996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해 판매했지만 2000년 이전까지는 문제의 PHMG가 아닌 프리벤톨R80이라는 물질을 원료로 사용했다. 이 물질은 흡입독성 실험을 거쳤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물때가 낀다는 등의 불만을 제기하자 PHMG로 원료를 바꿨고, PHMG가 든 가습기 살균제를 2000년 10월부터 시중에 판매했다. 옥시 측은 이 과정에서 PHMG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다.

옥시 측은 중간도매업체인 CDI로부터 대체 원료로 PHMG를 추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옥시는 원료물질을 바꾸면서 CDI에 PHMG에 대한 흡입독성 자료가 있는지 물었고, CDI 측이 없다고 답변했음에도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다”며 “앞서 사용했던 프리벤톨R80에 대해서는 흡입독성 실험을 한 것으로 볼 때 실험 필요성을 인지했음에도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의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책임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면서도 “본사 차원에서는 한국 옥시의 사업 비중이 작고 한국 옥시 중에서도 가습기 살균제의 매출 비중이 미미하다 보니 (본사에서) 위험성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으로 신 전 대표가 물러난 2005년 이후 옥시의 책임과 또 다른 판매업체인 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