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분식…우양에이치씨 전 임원 구속
검찰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플랜트 설비업체 우양에이치씨의 전직 임원들을 1500억원대 분식회계를 벌인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수년이 걸리는 플랜트 공사 수주 때 고의적으로 원가를 속이거나 부채를 수익으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투명한 회계 관행이 만연한 플랜트업계는 검찰 수사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양에이치씨 전직 임원 2명 구속

1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길배)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1500억원대 분식회계를 벌인 혐의(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지난달 말 우양에이치씨 이모 전무(57)와 김모 이사(48)를 구속했다. 이들은 채권양도통지서를 위조해 외환은행으로부터 50억원 상당의 부당 대출을 받은 혐의(사문서 위조)도 받고 있다.
1500억 분식…우양에이치씨 전 임원 구속
검찰은 회사가 외형을 부풀리고 이익을 ‘뻥튀기’하기 위해 공사 진행률과 미청구 공사 등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플랜트와 같이 수년간 공사가 이어지는 수주 산업은 공사 진행률로 매출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조작하면 매출과 이익을 부풀릴 수 있다.

예를 들어 A사는 1000억원 규모의 플랜트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데 5년간 총 800억원(공사 예정 원가)이 쓰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첫해에 인건비, 원자재 비용 등 160억원(실제 원가)을 사용하면 이를 기반으로 공사 진행률(실제 원가 160억원/공사 예정 원가 800억원)을 20%로 잡고, 매출은 1000억원의 20%인 200억원으로 기록한다. 만약 공사 예정 원가를 400억원으로 추정하면 공사 진행률은 40%(160억원/400억원)가 돼 매출이 400억원으로 둔갑한다. 우양에이치씨는 공사 예정 원가를 고의적으로 낮춰 매출을 키웠다.

매출채권의 일종인 미청구 공사(발주처에 청구하지 않은 공사대금)를 활용한 분식회계 기법도 쓰였다. 공사를 진행하다가 예상보다 비용이 증가하면 그 금액만큼 재무제표상 미청구 공사 계정에 기입해 매출로 인식한다. 우양에이치씨는 자산에 속하는 미청구 공사 규모를 크게 부풀리고, 때로는 공사를 중단한 공사장도 미청구 공사 계정에 넣었다. 실제로는 자본잠식 상태였는데도 2014년까지 꾸준히 이익을 낸 것처럼 꾸몄다. 이 회사는 2012년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최종 부도가 발생해 상장폐지됐다. 검찰은 이들과 공모해 분식회계를 주도한 박모 전 우양에이치씨 대표(별건 구속 중)도 조사한 뒤 함께 기소할 방침이다.

○공사원가 오류 ‘비일비재’

플랜트 건설 조선 관련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매출과 이익을 부풀릴 수 있는 공사 예정 원가는 회사 측이 추정하는 것이어서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우양에이치씨와 비슷한 이유로 수조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다.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은 2013년과 2014년 감사보고서를 수정하면서 공사 예정 원가의 오류와 미청구 공사 증가에 대한 추정이 잘못됐음을 시인했다. 금융당국은 회계 오류에 대한 고의성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수주 산업 특성상 기업이 회계 오류를 사후에 반영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매출이나 자산 규모를 고의로 부풀리는 등 악의적인 분식회계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도 회계상 매출인 미청구 공사는 크게 잡고 비용인 충당금은 적게 쌓은 탓에 2013년 이후 ‘빅 배스(big bath:부실 자산을 한꺼번에 처리)’ 홍역을 겪었다. 대우건설은 대손충당금 등 손실을 회계장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작년에 3800억여원의 분식회계 혐의로 과징금 20억원을 부과받았다.

심은지/정소람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