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지원에 힘입어 구조조정 및 자구계획 이행 순조롭게 진행될 듯
한진重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영도-수빅 투트랙 전략으로 경영정상화 앞당길 것”

한진중공업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자율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지난 1월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후 실사와 구조조정, 자구계획 수립 등 MOU를 맺기 위한 사전절차를 밟아 온 한진중공업은 이로써 채권단 지원 하에 본격적으로 경영 정상화에 나서게 된다.

이번 MOU 체결에 따라 채권단은 한진중공업에 지난 2월 1300억원의 자금 지원에 이어 추가로 12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과 함께 협약 만료기간인 2018년 12월말까지 출자전환을 통해 1000억원대의 이자 감면 및 원금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게 된다.

한진중공업은 향후 2조원에 달하는 보유 부동산 매각, 대륜발전 등 에너지 발전계열사 매각 등을 골자로 한 자구계획을 이행함으로써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자율협약이 본격적으로 개시됐지만 한진중공업과 채권단 측은 모두 차분한 분위기다.난관으로 예상됐던 구조조정과 자구계획 마련이 모두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조선사가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여기에 대표노동조합도 큰 몫을 했다. 회사의 존속과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선 자율협약 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지난 10일자로 동의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노사 양측이 뜻을 모아 자율협약 체결의 토대를 마련한 만큼 경영 정상화는 더욱 급물살을 탈 전망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5년 전 타 조선사들이 일감이 많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외면하던 시기에 영도조선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며, “선제적인 대응으로 불황에 대비한 덕분에 자율협약 신청 이후 실사를 포함한 후속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보유 부동산을 포함 약 2조원 가치의 자산을 매각하는 자구 계획의 실효성도 확인돼 채권단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경영 정상화를 더욱 앞당길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그 동안 비핵심자산 매각, 조직 슬림화 등 선제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시황에 대응해 온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자율협약 기간도 비교적 짧고 금번 MOU에 포함된 자구계획 이행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여 금번 자율협약 체결을 계기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 이행과 함께 수빅조선소와 영도조선소 특수선 사업을 중심으로 한 투트랙 전략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과 관련, 한진중공업이 한진그룹의 계열사로 오해 받아 오히려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진중공업그룹은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 독자적인 그룹으로 출범했다. 현재 한진중공업그룹과 한진그룹 간 지분관계는 모두 정리가 끝났다. 양사간 영업거래도 전무한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은 완전 다른 그룹의 별개의 회사이다.

한진중공업이 큰 진통 없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는데 성공하자 일각에선 한진중공업의 해외 진출 조선소인 수빅조선소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있다. 한진중공업 채권단이 추가로 1,200억원을 지원함과 동시에 동사 해외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의 RG 발급까지 보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2009년 당시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만에 건립한 수빅조선소가 7년이 지난 현재 조선업 불황 속에서도 글로벌 조선소로서 경쟁력을 갖추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서다.국내 조선업계에 대규모 손실을 가져왔던 해양플랜트 물량이 전혀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빅조선소는 전 세계 조선업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경쟁력을 키워 왔다. 2016년 4월말 현재까지 총 145척을 수주, 95척을 인도함으로써 건조능력을 입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세계 최대급인 2만6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수주, 건조에 착수함으로써 글로벌 조선소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2014년에는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발표한 수주잔량 기준 전세계 조선소 순위에서 10위권에 첫 진입해 세계 조선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국내 조선업황과는 다른 모습이다. 현재 수빅조선소의 수주잔량은 28척으로 약 2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이번 자율협약을 계기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수빅조선소의 RG(선수금환금보증) 발급을 적극 지원하기로 함으로써 영업과 생산 활동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채권단의 이 같은 지원방침은 조선업계에서도 반기고 있다. 시황에 따라 산업별 구조조정도 필요하겠지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살려 머지않은 장래에 조선업황 호전시 얻게 될 과실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바람직한 조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진중공업 역시 이와 같은 채권단 지원에 힘입어 대륜발전 등 발전계열사 매각을 통해 수빅조선소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는 사업성 개선을 위한 실사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업계에서도 자율협약 체결로 경영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주력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향후 수빅조선소를 대형·초대형 상선 중심으로 운영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장인 영도조선소는 상선부문을 축소해 특수목적선 중심으로 재편, 투트랙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