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통해 이웃을 돕는게 사회적 기업이죠"
“처음엔 ‘자동차배터리나 팔면서 무슨 사회적 기업이냐’는 비아냥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자동차배터리를 판매하는 회사가 맞습니다. 아직 사회적 기업이란 게 뭔지 모르겠고요. 하지만 ‘그냥 팔진 않겠다’는 생각이 사회적 기업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산의 자동차배터리 판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미스터박대리의 공동 창업자인 박한샘 대표(35·왼쪽)와 이명호 부장(34·오른쪽)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4년 설립돼 부산에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5개 지점을 운영 중인 미스터박대리는 중고 배터리를 무료로 나눠주는 ‘에코나눔 서비스’로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 우수 창업팀으로 선정됐다. 박 대표는 “대다수 운전자가 배터리 잔량을 30%쯤 남긴 채 자동차배터리를 교환한다”며 “배터리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운전을 자주 하지 않는 어르신들은 직접 찾아가 배터리를 갈아 끼워준다”고 말했다. “자동차배터리의 주성분은 납입니다. 배터리를 만들거나 폐기할 때 환경에 해로운 물질이 많이 나옵니다. 소비자는 공짜로 배터리를 얻을 수 있고, 판매자도 보람 있죠.”

박 대표와 이 부장은 직함상으로는 상사와 부하 관계지만 부산 대동고 동창으로 20년 가까이 우정을 쌓은 사이다. 박 대표는 부산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 카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고 자동차 장비 관련 기술도 배웠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이 부장은 한국타이어에 10년간 근무했다. 두 사람은 타이어 판매사 타이어뱅크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 “자동차배터리도 단일 브랜드로 만들어 판매망을 정교하게 구축하자”는 생각으로 창업에 나섰다. 이 부장은 “자동차배터리를 파는 곳은 많은데 대부분 영세해 가격 정찰제와 균일한 서비스 등을 보장받기 힘든 상황”이라며 “자동차배터리는 한 번 갈면 3~4년은 쓰고, 운전자들이 과거에 배터리를 교체한 곳에 또 오기 때문에 고객 선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한 계기는 단순했다. 그들이 창업을 준비한 곳이 부산시 사회적기업연구원이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창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알게 된 곳이 사회적기업연구원이었다”며 “처음엔 개념이 전혀 와 닿지 않았는데 구체적으로 계획을 잡아 나가면서 우리만의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이란 게 추상적인 말이잖습니까. 저희는 꼭 뭔가 특별한 분야여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슨 사업을 하든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그게 실천 결과와 수치로 나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와 이 부장은 “정부에서 사회적 기업 관련 조건을 좀 더 완화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박 대표는 “정부가 지정한 대상자를 지원하거나 고용하지 않으면 아무리 취약계층을 돕는 회사라 해도 사회적 기업으로 공인받지 못한다”며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창업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