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관련업계 중심으로 시행령 수정 필요성 제기
권익위원장 "변경 가능" 언급 불구 권익위 수정에 '부담'
권익위 "상한선 증액 말하기 힘들어…소비위축 크지 않을 것"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가면서 시행령안이 수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는 24일 서울에서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한 공청회를 하기로 했다"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공청회는 입법예고 기간에 이해관계인을 포함해 국민의 다양한 입장을 듣는 절차로, 권익위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견해를 종합해 시행령안에 반영해 최종안을 만들 방침이다.

물론 이 과정에 시행령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을 경우 시행령안은 수정될 수 있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직역단체, 또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시행령 제정안은) 최종 확정된 안이 아니라 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 제정안을 놓고 정치권과 농축수산업계, 요식업계 등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공청회를 거치면서 시행령안의 일부 내용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권익위가) 입법예고 기간에 의견을 수렴한다고는 하는데, 세상이 느끼는 감정은 설이나 추석 같은 때에 농수축산물(선물)은 미풍양속 차원에서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재고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해당사자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선물 가격이 5만원으로 제한이 되면서 한우나 화환 선물은 불가능해졌다며 관련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식사 대접 상한액이 3만원으로 설정되면서 요식업계나 주류 업계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황엽 전국한우협회 전무는 "한우는 선물 가격이 보통 20만∼30만원대여서 선물 상한액을 5만원으로 정해버리면 한우는 팔지 말고 수입 고기만 선물하라는 소리"라며 "부정부패 때문에 선물을 제한하려다가 농민 권익을 다 죽이게 생겼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시행령 제정안을 쉽게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더 지배적이다.

실제로 입법예고 기간에 시행령안의 내용을 바꾸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
권익위 입장에서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시행령을 내놓는데까지 무려 1년2개월이 걸렸는데 불과 40일의 입법예고 기간에 여론의 반발을 이유로 시행령 내용을 수정한다면 시행령 제정 과정이 부실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특히 권익위가 전날 시행령을 발표하면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쳤다면서 각종 설문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는데, 시행령을 바꾼다면 여론을 무시하는 것이거나 당시 설문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 날 기자들과 만나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해 "권익위가 고민 끝에 만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내수 위축을 우려한 것은 시행령 이상의 차원으로 앞으로 국회가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한 부분도 현행 시행령 제정안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권익위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면서도 시행령 수정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권익위 허재우 청렴총괄과장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청회 등의 과정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시행령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면서도 허용가능 금액이 증액되냐는 질문에는 "(허용가능 금액이) 꼭 증액된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허 과장은 이어 김영란법 시행령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는 "직접적으로 직무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음식물이나 선물을 받는 것을 규제하기 때문에 일부 걱정의 목소리가 있지만, 생각보다 (소비위축 효과가) 그렇게 크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