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다시 고개든 국회공무원 '공짜 로스쿨'
국회의 입법기능을 지원하는 행정조직인 국회사무처가 소속 공무원에게 예산을 들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재추진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공무원(직업 공무원)의 입법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이지만 국가 예산을 들여 공무원의 변호사 자격 취득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로스쿨 교육지원 방안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난달 말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로스쿨 교육 지원계획을 밝히는 등 내부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9월 ‘국회공무원 교육훈련규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7급 이상 국회사무처 공무원 중 일부를 선발해 로스쿨에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학비는 국회사무처가 예산을 들여 지원한다. 로스쿨 학비는 사립대의 경우 3년간 평균 4500만원가량이다. 로스쿨에 다니는 동안 급여도 지급된다.

입법 예고 후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의 변호사 자격증 취득 비용을 지원한다’는 비판이 일자 국회사무처는 계획을 보류했다. 하지만 여론이 잠잠해지자 반년여 만에 다시 로스쿨 교육 지원계획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지원 방식은 지난해와 같다. 다만 사무처는 지난해와 달리 로스쿨 교육 선발 대상을 7급 이상에서 8급 이상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교육제도가 5급 입법고시 출신에게만 돌아간다는 내부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국회사무처에서 하는 채용시험은 입법고시(5급)와 8급 및 속기·사서·경위·전산직 등을 뽑는 9급 시험으로 나뉜다. 국회의원이나 보좌진 등 정치권은 이번 로스쿨 교육제도와 무관하다.

예산을 들여 공무원 개인의 변호사 자격 취득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국회사무처 내부에서도 적지 않다. 변호사 임용 제도가 있음에도 국회 공무원을 대상으로 3년씩 로스쿨 교육을 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로스쿨 교육제도를 도입한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는 한 곳도 없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내부적으로 로스쿨 교육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는 단계일 뿐 아직까지 어떤 결정도 내린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박 총장은 “정부부처에서도 우수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대학원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법률 전문가가 많이 필요한 국회사무처에서 로스쿨에 보내겠다는 것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강경민/박종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