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태 첫 구속…법원 "범죄 소명·증거인멸 우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7일 옥시레킷벤키저(옥시)로부터 뒷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 등으로 서울대 수의대 조모(57) 교수를 구속했다.

검찰은 조 교수에게 수뢰 후 부정처사, 증거조작, 사기 등 3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 관련자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우 영장당직판사는 이날 조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라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교수는 옥시측으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고서 사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옥시 측은 2011년 10월 가습기 살균제를 폐손상 위험요인으로 지목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고자 연구용역비 2억5천만원을 들여 조 교수에게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독성실험을 의뢰했다.

하지만 첫 번째 실험인 생식독성실험에서 임신한 쥐 15마리 가운데 13마리가 사산하는 등 치명적인 독성이 확인되자 두 번째로 진행될 흡입독성실험에선 보고서를 유리하게 써달라고 조 교수에게 청탁했다.

조 교수는 이듬해 4월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등 옥시측이 원하는 내용이 담긴 흡입독성실험 보고서를 내놨다.

옥시 측은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전 용역비와 별개의 자문료 명목으로 한번에 400만원씩 세 차례에 걸쳐 총 1천200만원을 조 교수의 개인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 교수가 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험 데이터를 임의로 가공한 정황을 포착해 증거조작 혐의도 적용했다.

조 교수는 옥시측에서 받은 용역비 가운데 5천여만원을 다른 용도로 쓴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옥시측 연구와 관련한 기자재 구입 명목으로 학교 측에 비용 청구를 한 뒤 받은 돈을 실제로는 다른 기자재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조 교수가 연구원을 허위로 등록하고 인건비 명목으로 돈을 타낸 정황도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교수의 영장심사는 1시간 30분가량 소요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자료를 토대로 조 교수의 혐의를 설명했고, 조 교수측은 "애초 부정한 청탁 자체가 없었고 연구용역비 유용 혐의도 학계 관행을 오해한 데 따른 것"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조 교수측 변호인은 청탁을 한 옥시측 관계자가 누군지, 언제 어디서 청탁을 했는지 등 핵심 내용이 영장에 없다고 지적했지만 검찰은 "인물·시간·장소가 모두 특정됐으나 공판 전략상 공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