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윌스기념병원, 신경·정형·마취·재활…척추질환 '원스톱' 진료
척추 환자들이 한 곳에서 모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가 함께 이뤄져야 했다. 박춘근 윌스기념병원 원장(사진)은 2002년 10월23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에 척추 관련 모든 진료과가 한 곳에 모인 병원 문을 열었다. 71병상, 2644㎡ 규모에 의사 7명이 근무했다. 크지 않은 병원이었지만 문을 열자마자 환자가 몰렸다. 쓰러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다.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어 입원기간을 줄였다. 척추 여러 곳을 수술한 환자들이 2~3주씩 병원에 입원하던 때다. 이들이 수술받은 뒤 5일 만에 퇴원했다. 입원하지 않은 환자는 전담간호사를 보내 돌보도록 했다. 문제는 없었다. 환자를 금방 퇴원시키는 미국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무사히 회복하고 수술 부위도 말끔하게 나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불필요한 입원을 줄인 윌스기념병원을 우수병원으로 뽑았다.

진료 공간을 늘리기 위해 행정부서를 모두 병원 밖으로 옮겼다. 그래도 공간이 부족해 2008년 병원을 키웠다. 143병상, 9900㎡ 크기에 의사 21명이 근무하는 병원이 됐다. 내년 말이면 1만6500㎡ 규모로 더 커진다. 박 원장은 윌스기념병원을 “척추 관절질환 관련 모든 과 의사가 모여 최고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병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 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원 윌스기념병원은 안양 윌스기념병원과 함께 경기도에 2개뿐인 척추 전문병원 중 하나다. 수원은 물론 전국에서 척추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몰린다. 소문이 나면서 윌스기념병원 주변에 여러 병원이 생겼다. 하지만 병원이 생길 때마다 윌스기념병원을 찾는 환자는 오히려 늘었다. 다른 병원에서 진단받고 이곳에서 수술이나 치료를 결정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지역주민과 함께하며 쌓은 신뢰 덕”이라고 말했다.

병원명은 근대 척추외과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 레온 윌스 박사의 이름을 본떠 지었다. 박 원장은 신경외과에서 정형외과 연수를 받은 1세대 의사다. 1997~1998년 미국 뉴욕주립대 정형외과학 교실에서 교환교수를 지냈다. 박 원장을 초대한 한센 유한 교수는 윌스 박사를 “임상, 학문 발전, 후학 양성에 힘쓴 스승”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병원의 기본 정신이 됐다. 병원 문을 연 직후인 2003년 국제척추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병원 의사들이 낸 논문은 210권이 넘는다. 의료진이 해외 학회 등을 가면 모든 경비를 지원한다. 중소 병원에서는 하기 힘든 투자다.

임상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병원 영상 및 시술 장비는 모두 최고 사양이다. “의료진이 피로를 덜 느끼고 방사선을 덜 쪼여야 최고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일 오전 8시40분 친절 교육을 한다. 수시로 환자 불만을 듣고 반영한다. 병원급으로는 처음 ‘간병간호통합서비스(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며느리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며 고령 환자들이 크게 반겼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환자가 찾는다. 2011년 카자흐스탄 알마티 대통령중앙병원에 ‘척추센터’를 세웠다. 알마티 리조트와 함께 ‘합작 척추재활센터’도 지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몽골 울란바토르 등에서도 환자가 온다. 박 원장은 “세계 더 많은 지역 사람들이 최고 수준의 척추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전문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우수병원입니다. 복지부로부터 난도 높은 질환에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인증받은 전국의 병원 111개가 전문병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