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17명 가족의 가장…반세기 시부모 봉양

25살에 9남매의 장남에게 시집을 온 정영애(74)씨. 결혼 10년이 되던 30대의 어느 날 외항선을 탄 남편이 배가 침몰하며 세상을 떠났고, 17명의 가장이 돼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이후 시조부와 시부모가 중풍으로 오랜 투병생활을 했지만, 극진히 봉양했고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이웃에 대해 베푸는 삶을 살고 있다.

정형자(69)씨는 가난한 농가의 맏며느리로 시집온 후 반세기 가까이 시부모를 봉양했다.

6년간 치매와 노환으로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모셨고 대소변을 못 가리는 시아버님에게는 손과 발이 되어줬다.

아울러 시동생 5명을 뒷바라지해 출가시켰고 어려운 이웃돕기에도 앞장서왔다.

이처럼 효를 실천해 모범이 된 두 사람은 올해 어버이날을 맞아 정부로부터 효행자로 선정돼 국민훈장을 받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들을 포함해 효행자, 장한 어버이, 효행 청소년, 효문화 조성과 노인복지에 기여한 단체 등 모두 130명(기관)에게 훈장, 포장, 표창을 수여했다고 6일 밝혔다.

정영애씨는 동백장을, 정형자씨는 목련장을 받았으며 30대에 남편과 사별한 뒤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3형제를 키운 박순자(74)씨와 10세 때 부친을 여의고 소년가장이 돼 동생들을 보살피고 60년 넘게 홀어머니를 모신 최성규(75)씨는 각각 목련장과 석류장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치매와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103세의 시어머니와 87세의 친어머니를 함께 모시고 있는 박영혜(67·여)씨 등 5명이 국민포장을, 여든에 가까운 고령으로 100세의 노모를 봉양하고 있는 박찬극(79·여)씨 등 13명은 대통령 표창을 각각 받았다.

또 15명이 국무총리 표창을, 93명이 복지부 장관 표창을 각각 받았다.

복지부 장관 표창 수상자 중에는 간암이 걸려 위독한 아버지에게 간을 나눠 준 효자 김민수(17)군과 교통사고로 장애 판정을 받고 입원 중인 아버지를 돌본 이혜선(14)양 등 효행을 실천한 청소년 23명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효운동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뒤 효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훈장과 포장 등은 각 지자체를 통해 전달된다.

한편, 정부는 올해 어버이의 날에는 중앙 정부 차원의 기념식은 생략하는 대신 8~14일을 경로주간으로 정하고 지자체별로 상황에 맞게 기념식을 하도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