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입양 팟캐스트' 만드는 공개입양 부모들

# '옐로우마마' 이야기. 어릴 때부터 육아는 '노동'이라고 생각했다.

신랑한테도 "아이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결혼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5년 동안 열심히 피임했다.

어쩌다 어린이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유독 자기를 따르던 '유토'라는 아이한테 점점 정이 들면서 난생처음 모성애를 느꼈다.

유토가 품 속에서 활짝 웃어준 어느 날 '아이를 못 갖게 되면 입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난임 판정을 받았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곧이어 유토가 준 깨달음이 떠올랐다.

그렇게 입양 부모가 됐다.

# '달달이' 이야기. 원래 아이를 좋아해서 아기만 보면 입가가 귀에 걸렸다.

결혼 전부터 '아이를 네 명은 낳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아내에게 첫눈에 반했다.

아내가 "어릴 때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아서 난임 가능성이 있다"고 털어놓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결혼했다.

그러고서 8년 동안 아이가 안 생겼다.

첫 아이는 우리 피가 섞인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바랐지만, 결국 입양을 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왠지 가족처럼 낯이 익은 아이였다.

입양 3년 후 신기하게도 아내 뱃속에 쌍둥이가 들어섰다.

이제는 입양 전도사가 돼 불임 가정을 만나면 "늦기 전에 빨리 입양하라"고 유난을 떤다.

'옐로우마마' 박정은씨와 '달달이' 정정조씨는 공개입양 부모다.

입양 사실을 아이는 물론 주변에 알린다.

그런 행동이 입양에 아직 부정적인 우리 사회 분위기를 바꾼다고 믿는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윤쌤' 윤혜숙씨, '쌈지아빠' 박요한씨와 함께 국내 최초로 입양 관련 팟캐스트 '입양 톡(talk), 사랑 톡, 톡톡'(이하 톡톡)을 만들었다.

'톡톡'의 총괄 프로듀서 격인 한국입양홍보회 부회장 신용운(55)씨는 6일 "입양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공개입양 부모들을 섭외해 팟캐스트를 만들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신씨 자신도 아이 세 명을 입양해 키우는 공개입양 부모다.

막내딸 소이(5·여)양과는 딱 50살 차이가 난다.

그는 "소이 결혼식 때 건강하게 손잡고 입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신씨는 입양이 아프거나 무거운 주제가 전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팟캐스트 '톡톡'은 1시간 분량 내내 밝고 유쾌하다.

제11회 입양의 날(11일)을 앞두고 4일 1회가 '팟빵' 등에 업로드됐다.

그는 "물론 입양을 하고 그 사실을 아이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눈물 나게 힘든 점도 많다"며 "앞으로 청취자 사연도 받고, 입양특례법의 문제점도 지적하는 등 유쾌한 가운데 진지한 얘기도 섞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영아 유기와 불법 입양을 오히려 부추긴다는 비판도 했다.

신 회장은 "특례법 때문에 미혼모가 자신의 아이를 입양 보내려면 먼저 가족관계등록부에 아이를 올려야 하는데, 어느 미혼모가 그런 기록을 남기기를 원하겠느냐"며 "과한 규제가 인터넷 입양 등 불법 행위를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1천548명이던 국내 입양은 2014년 637명까지 줄었다.

신 회장은 "복지부는 미혼모가 줄어든 것처럼 얘기하지만, 현장에서는 영아 유기나 불법 입양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 회장은 "뉴스에서는 입양에 대한 어두운 얘기를 주로 다루고, '막장 드라마'에서는 입양을 가정 파탄의 씨앗인 양 묘사하니 우리 사회가 아직 입양에 부정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입양홍보회에서 일선 학교를 방문할 때면 아이들이 입양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편견이 있음을 깨닫는다"면서 "입양에 대한 색안경이 모두 벗겨질 때까지 팟캐스트를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h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