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정관계 로비 사건,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의 불똥이 갑자기 롯데그룹에 옮겨붙으면서 잠실 면세점(월드타워점) 부활 기회를 노리고 있는 롯데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정운호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의 대가로 브로커에게 돈을 건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3일 정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브로커 한 모씨를 체포했다.

한 씨에 대한 수사가 이제 시작이라, 실제로 정 씨로부터 받은 돈이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대가로 롯데에 실제로 전달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검찰 안팎에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한씨가 친분이 있다는 얘기 등이 퍼지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이같은 의혹에 대해 신영자 이사장 측근들은 "신 이사장과 한 씨가 안면 정도만 있는 사이로, 금품 수수 등은 전혀 없었다"고 적극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도 입점 로비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은 네이처리퍼블릭과 롯데면세점이 '직접 계약 거래' 관계이기 때문에 브로커나 대행사가 사이에서 활동할 여지가 적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입점을 원하는 업체가 면세점 입점 협상 등을 에이전시(대행사)에게 맡길 경우, 에이전시가 입점업체들에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네이처리퍼블릭은 롯데면세점과 직거래하는 관계"라며 "브로커가 간여했다면 결국 돈을 입점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고위급 면세점 임원이 직접 받았다는 얘기인데, 회사 내부 감사나 외부 수사가 조금만 시작돼도 바로 드러날 위험한 짓을 어떻게 하겠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롯데면세점은 네이처리퍼블릭이 거의 모든 국내 면세점에 입점한 인기 브랜드이기 때문에 롯데면세점에만 따로 로비할 이유가 없다는 점, 네이처리퍼블릭이 2010년 처음 롯데면세점에 입점했을 당시 연매출이 20억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로비 자금이 이와 같은 20억원에 이른다는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결백'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으로 돈이 흘러들어가지 않았다고 확신하지만 오는 11월께 잠실 롯데면세점 특허 재승인을 앞두고 이 이슈가 어떤 방향으로든 혹시나 영향을 주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한 심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