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보장률 저조…어린이 민간보험료 4조 추정

연간 0~15세 아동의 총 의료비 중 국민건강보험이 지원하는 급여비는 60%를 조금 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수준이 높지 않은 가운데 아동 민간보험 시장은 4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4일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어린이병원비연대)가 통계청의 국민건강보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 0~15세의 의료비는 6조3천93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비에는 입원비, 외래진료비, 약값 등이 포함된다.

이 중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지급되는 급여비는 60.7%에 해당하는 3조8천823억원이었다.

나머지 2조5천114억원은 환자 본인부담금으로 부모 등 아동의 보호자가 지급했다.

건강보험이 지원하지 않은 '비급여' 의료행위에 대해 지급된 비용은 본인부담금의 절반을 조금 넘는 1조3천508억원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정도가 크지 않아서 적지 않은 비용이 매년 아동 의료비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호자가 아동에 대해 민간보험회사에 납입하는 어린이보험료는 연간 4조원이나 된다.

어린이병원비연대는 의료패널 2012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연간 아동 민간보험료 규모를 추산했다.

이처럼 아동 의료비에 대해 보호자가 지출하는 본인부담금 규모가 크고 건강보험 밖에서 민간보험에 의존하는 경향도 심한 만큼 건강보험 재정으로 의료·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국가차원의 아동 의료비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아동단체협의회,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사회연대네트워크,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등 59개 단체가 모여 지난 2월 출범한 어린이병원비연대는 아동 의료비 중 부담이 큰 입원비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0~15세 어린이의 입원진료비로 보호자가 부담하는 비용(본인부담금)은 2014년 기준 5천152억원이다.

이 중 건강보험이 지원하지 않는 비급여 본인부담금이 3천846억원이나 된다.

이 단체의 박진제 간사는 "어린이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하는 생존권은 한국도 가입한 UN 국제아동권리협약의 핵심 권리"라며 "정부는 저출산을 걱정하며 아이를 낳으라고 독촉하기 전에 이미 태어난 아이의 생명을 지켜주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질병으로부터 고통받는 어린이의 입원비를 부담할 정도의 능력은 있다"며 "건강보험 재원은 올해 2월 기준 17조원이나 누적 흑자 상태인데 누적 흑자분의 3%만으로도 아동 입원비를 국가가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