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와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 푸근한 흙내음, 하늘거리는 들꽃과 인심 좋은 이웃들.
하루 하루 쫓기듯 살아야 하는 도시생활에 지친 도시민들이 '귀농·귀촌'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다.

하지만 농촌에 정착하려는 순간 귀농·귀촌인들은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철저한 준비 없이 막연한 꿈과 기대만으로 귀농·귀촌을 감행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귀농·귀촌 늘지만 逆귀농도 증가

해마다 귀농·귀촌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지만, 농촌에 끝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역귀농' 인구도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귀농·귀촌 인기 지역 중 하나인 전라북도에서 농촌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간 '이농(離農) 가구'는 2010년 53가구, 2011년 137가구, 2012년 175가구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라남도의 경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평균 역귀농 비율이 4.6%로 집계됐는데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힘든 농사일, 이웃과의 갈등, 소득 감소 등 원인

어렵게 결심한 귀농·귀촌을 포기하고 역귀농 하는 이유로는 생각보다 힘든 농업 노동, 토박이 주민들과의 갈등, 소득 감소 등이 꼽힌다.

40대 A씨는 부인을 설득해 경북 영천으로 함께 귀농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여유있는 전원생활을 꿈꾸며 농가 한 채, 농지 약 6천㎡, 각종 농기구를 사들였다.

하지만 농사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2년간 잡곡 등 밭농사를 지으면서 부부는 자주 다툼을 벌였고, 결국 부인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호소하면서 농촌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도시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계획 없이 사들인 농기구는 애물단지가 됐다.

마찬가지로 경북 영천으로 귀촌한 50대 후반 중견기업체 간부 출신인 B씨 부부는 현지 주민과 융화하지 못해 정착에 실패한 사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이들 부부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원주택과 농지만 확보하면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마을 사람들을 고용해 기업 형태로 농사를 지었는데 결국 이웃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면당했다.

이웃의 마음을 먼저 잡지 못하고 돈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이 문제였다.

◇귀농 결심부터 영농계획 수립까지 7단계 준비절차 밟아야

귀농·귀촌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농촌 생활을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귀농귀촌종합센터는 귀농 준비절차로 귀농 결심→가족 합의→작목 선택→영농기술 습득→정착지 물색→주택·농지 구매→영농계획 수립 등 7단계를 착실히 밟아나갈 것을 권하고 있다.

귀농을 결심했다면 먼저 농업 관련 기관·단체, 농촌지도자, 선배 귀농인 등을 방문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직접 경험한 선배로부터 생생한 얘기를 듣는 것이 방향을 잡는 데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가족들과 의논해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가족이 뜻을 모았다면 본인 여건과 적성, 기술 수준, 자본 능력 등에 알맞은 작목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대상 작목 선택 후에는 농업기술센터, 농협, 귀농 교육기관 등에서 하는 귀농자 교육 프로그램이나 농가 견학 등으로 필요한 영농 기술을 충분히 배우고 익힌다.

작목 선택과 기술 습득을 마치면 자녀교육 등 생활 여건과 작목에 적합한 입지조건 등을 고려해 정착지를 물색하고 결정한다.

주택과 농지는 주택 규모와 형태, 농지 매입 여부 등을 결정하고서 최소 3∼4군데를 골라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농산물을 생산해 수익을 얻을 때까지 최소 4개월, 길게 4∼5년이 걸린다는 점을 명심하고 치밀하게 중장기 영농 계획을 세워야 한다.

초보 귀농인은 가격 변동이 적고, 영농 기술과 자본이 적게 드는 작목을 선택하는 것이 실패 확률을 낮춘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