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정원 2천명 가운데 입시부정 의심 사례 고작 5건
'음서제' 논란 속 전면공개 여론에도 실명 공개 없이 '○○' 처리


고위층 자녀들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특혜 입학한 것 아니냐는 의혹 속에 2일 발표된 교육부 로스쿨 입시안 실태조사 결과가 그동안의 관심과 기대 수준에 못미쳐 비난 여론이 거셀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사법시험 존폐 논란과 함께 당시 새정치연합 신기남 의원이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려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국 25개 로스쿨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2009년 로스쿨이 개원한 이래 입학전형을 대상으로 교육부가 전수조사를 한것은 처음이었다.

오랜 기간 찬반 논란 끝에 2009년 도입된 로스쿨은 사법고시로 획일화된 법조인 선발 체계를 유연화하고, 학부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전 지식을 습득하게 해 법조인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주목받았다.

도입 이후 7년간의 운영 과정 속에서 법조인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넓혔다는 측면에서는 애초 취지가 어느 정도 실현됐지만 한편으로 선발 과정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이른바 '금수저'들에게 유리한 제도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로스쿨 입시는 법학적성시험(LEET), 공인영어 성적 등 정량평가와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서류심사,면접 등 정성평가로 이뤄지는데 정성평가 비중이 높은데다 대학들이 각 전형요소의 실질반영 비율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조계 등 고위층 자녀들이 로스쿨에 특혜 입학했다는 의혹은 공공연한 비밀로 거론됐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법조계는 물론 정계, 재계 등 각계 고위층 자녀들의 로스쿨 입학 또는 졸업 현황 명단도 떠돌기도 했다.

이렇듯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가 됐다는 논란 속에 교육부가 뒤늦게나마 전수조사에 착수했지만 이 과정에서 로스쿨 입시 부정을 폭로한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가 발간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신 교수는 저서에서 경북대의 한 교수가 모 변호사에게서 아들 입학 청탁을 받아 동료 교수 연구실을 찾아다녔다고 주장했으며 경북대는 이 부분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교육부가 내놓은 조사 결과는 이러한 의혹들을 해소하기에는 심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거론한 경우가 적발된 사례는 총 24건, 이 가운데 '○○지방법원장' 등으로 신상을 특정해 기재한 경우는 5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쿨 한해 정원이 2천명이라는 점, 그동안 법조계 등에 파다했던 특혜 의혹설의 내용 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각계 고위층과 줄줄이 연관돼 있어 교육부가 발표 내용을 고의 축소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내는 차원에서라도 조사 결과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지만 교육부는 이날 발표에서 적발된 이들의 실명 등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또 자기소개서에 이른바 '부모 스펙'을 기재한 사례가 적발됐다 하더라도 이를 입시 부정으로 단정할 수 없었다면서 적발 학생에 대한 입학 취소 등의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소서 외에 다양한 전형 요소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단지 자소서 내용과 합격 여부의 인과 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입학전형 운영 자체가 대학 자율로 돼 있다보니 자소서 기재 금지 내용 규정을 명확히 둔 대학 자체가 많지 않았고, 이를 뒤늦게 문제 삼아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없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해당 대학에 대한 경고, 관계자 문책 등의 선에서 조치를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조사 내용과 마찬가지로 처분 결과 역시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세종연합뉴스) 이윤영 황희경 기자 yy@yna.co.kr